오가메디, 3D프린팅의 역사를 새로 쓰다
오가메디, 3D프린팅의 역사를 새로 쓰다
  • 이의갑 의학식품전문기자·심현진 대학생인턴기자
  • 승인 2017.08.0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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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기술로 사람 위장모형 구현 국내 최초 성공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의료산업분야도 마찬가지다. 4차 의료산업혁명의 급류를 타고 등장한 ‘3D프린팅’은 관련특강에서 가장 흔히 다루는 소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프린팅이란 프린터로 물체를 뽑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다소 생소하다면 프린터를 사용해 입체모형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튜브에서도 3D프린팅을 사용해 피규어를 제작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3D프린팅은 어느덧 우리 삶에 성큼 다가왔다.

3D프린팅 기술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확보한 환자의 3D의료영상데이터를 이용해 인체의 장기를 3차원으로 구현해낸다. 카데바 모형의 일부를 제작 중인 권동엽 대표이사.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해 연세의료원 산학융복합의료센터 내에 설립된 오가메디는 국내 최초로 3D프린팅기술을 활용한 사람의 위장모형 구현에 성공했다.

위장은 구조상 몸통에 세로방향의 주름이 있는데 이 주름은 표면적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그간 위장모형 제작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3D프린팅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FDM기술 기반의 우레탄재질은 제조기법상 정교한 위장의 주름모형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설령 위장의 주름을 실리콘 재질로 구현했다 해도 내부 지지체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제조사가 위장모형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오가메디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수압과 약품을 이용해 지지체를 제거하는 데 성공, 국내 3D프린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3D프린팅 위장모형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내과 방승민 교수의 로봇내시경을 이용한 돼지위장 동력학실험이었다. 실험용 돼지는 가격이 비싼 데다 어렵게 구해도 살아있는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방 교수는 오가메디에 모형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3D프린팅은 크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나눌 수 있는데 오가메디의 차별점은 탄력성 있는 하드웨어에 있다. 3D프린팅 기술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확보한 환자의 3D의료영상데이터를 이용해 인체의 장기를 3차원으로 구현해낸다.

오가메디 권동엽 대표이사는 “인체는 부드럽고 유연한데도 기존 3D프린팅의 결과물은 대부분 금속계열의 딱딱한 소재였다”며 “우리는 인체와 유사한 실리콘계열의 소재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3D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맞춤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3D프린팅을 통해 제작한 환자 맞춤용 모형은 현장수술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외과의사의 연습용 기구, 환자별 맞춤교육 및 시뮬레이션을 위한 모형으로 활용돼 의료현장에서 수술위험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3D프린팅을 활용해 구현한 복잡한 구조의 중증 척추측만증환자의 척추뼈 맞춤모델. 

오가메디는 2일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수술에 필요한 중증 척추측만증환자의 척추뼈 맞춤모델 제작을 의뢰 받았다. 환자의 뼈가 너무 복잡해 3차원 영상만으로는 수술준비가 어려웠기 때문.

척추모형을 전달받은 의료진은 매우 만족하면서 수술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생겼다고 한다. 이처럼 3D프린팅은 복잡한 수술계획을 보다 용이하게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희소성과 비용 때문에 국내 5개 의과대학을 제외하면 카데바(해부학 실습을 위한 시신)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실정에서 오가메디는 3D프린팅을 활용한 카데바 제작도 진행 중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카데바 구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해부학실습에 필요한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될 전망이다. 권동엽 대표이사는 “3D프린팅은 홀로그램, 3차원 영상을 능가하는 실물의 진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권동엽 대표이사는 3D프린팅모델이 3D프린팅의 현재라고 한다면 3D프린팅의 미래는 조직공학이라고 말한다. 그는 “머지않아 바이오잉크(수백 마이크론의 동그란 세포물질로 영양을 공급하면 혈관이나 피부를 재생할 수 있음)가 개발될 것이고 이것이 성공한다면 화상환자의 피부이식 시 더 이상 자신의 피부를 떼어 이식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가 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3D프린팅 기술은 환자맞춤형 장기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한민국 의료진의 의술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비용은 아직 넘어야할 관문이다. “2G폰과 비교했을 때 비싼 스마트폰을 지금은 모두가 갖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3D프린팅 가격은 낮아질 것입니다. 앞으로 생명과 직결된 의료분야의 3D프린팅에 대한 인식전환이 다가올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권동엽 대표이사의 포부이자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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