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매미소리는 잘 들리는데 귀뚜라미소리는 안 들린다면?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매미소리는 잘 들리는데 귀뚜라미소리는 안 들린다면?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8.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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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니 시끄러운 매미와 함께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도 함께 울어댄다. 귀뚜라미소리가 처음 들렸던 날 아이들이 “아빠, 귀뚜라미가 운다”고 했는데 필자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최근 건강검진결과 청력에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잠시 당황스러웠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몇 년 전 아이들과 함께 마술공연을 본 적이 있다. 마술사는 음향기기를 이용해 특정음파를 들려주면서 “이 소리는 순수한 사람에게만 들린다”고 했다.

아이들 대다수는 손을 들었지만 어른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아이들은 자기들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어른들은 아무런 소리가 안 들린다면서 당황했다. 생체기능을 이용한 마술이었다.

이는 연령별로 가청주파수의 영역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외국에서는 틴벨(teen bell)이라는 것이 나왔다. 청소년만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대역으로 전화벨을 만든 것이다.

틴벨 주파수(1만7000Hz 이상)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까지만 들린다. 따라서 교실 안에서 벨이 울리는데 안타깝게도 40~50대 선생님은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 본래 매장 안에 오랫동안 어슬렁거리는 청소년들을 내쫒기 위해 고안해낸 높은 주파수가 이제 청소년들만의 신호로 탈바꿈했다.

필자처럼 40대 중후반에는 보통 20~1만4000Hz까지 들을 수 있다. 귀뚜라미는 보통 2000~1만Hz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왜 안 들렸을까.

알고 보니 이보다 더 높은 주파수로 울 때가 있었다. 바로 수컷이 ‘짝을 찾을 때’다. 이때의 주파수는 1만4000Hz 이상으로 높다고 한다. 높은 주파수는 소리가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숲에 골고루 퍼지는 효과가 있다. 참고로 울음소리를 내는 풀벌레는 모두 수컷이다. 아마도 아이들은 들었지만 필자가 듣지 못했던 귀뚜라미는 짝을 찾는 수컷이 아니었을까.

사람의 가청주파수는 통상 20~2만Hz다. 한여름 시끄럽게 울어댄 매미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4000~1만3000Hz의 소리를 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령대가 들을 수 있다. 또 데시벨도 높아 시끄럽다고 느껴진다. 단 여치의 경우 15~3만Hz의 소리를 내고 데시벨도 약해 어린이조차 못 듣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듣지 못했던 귀뚜라미소리는 너무 작아서 못 들었을 수도 있다. 이는 소리의 주파수(진동수, Hz)와는 다른 소리의 세기로 데시벨(dB)로 표시한다. 피아노 건반을 예로 들면 왼쪽 건반은 주파수가 낮고(낮은음) 오른쪽 건반은 주파수가 높다(높은음). 하지만 모든 건반은 세게 치면 소리가 크게 들리고(큰 소리, 높은 데시벨) 가볍게 치면 작게 들린다(작은 소리, 낮은 데시벨).

나이를 먹을수록, 주파수는 높을수록, 소리는 작을수록 듣기 어려워진다. 만일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자신만 듣지 못한다면 청력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요즘에는 아이들도 이어폰을 이용해 너무 크게 음악을 듣기 때문에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만일 틴벨을 들을 수 없는 청소년이라면 소음성 난청일 가능성이 있다. 소음성 난청은 데시벨이 높은 큰 소리도 잘 들을 수 없다.

청력이 떨어진 노인은 말을 들어도 단어분별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총명함이 사리지고 우울감이 심해진다. 총명함은 잘 듣고 잘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심지어 난청이 있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갑자기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어지럼증이 찾아오면 청력도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불편함 외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노자의 도덕경 41장에는 ‘대음희성(大音希聲)’이라는 문구가 있다. ‘큰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로 직역된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자연의 소리는 너무 커서 귀로 들을 수 없다’는 의미다. 중년의 나이, 오늘 밤 짝 잃은 수컷귀뚜라미들의 애절한 울음소리를 마음으로나마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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