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아기 길고양이 바로 구조해도 괜찮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아기 길고양이 바로 구조해도 괜찮나요?
  • 헬스경향 김석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08.30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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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수의사로 근무할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 대신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썼었다. 하지만 이제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으며 관련 산업도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하지만 반려동물 분양업은 예전만 못하다는 보고가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 가정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었다. 주목할 점은 펫숍에서 분양받은 경우도 있지만 길고양이를 거리에서 데려와 키우는 보호자들도 꽤 많다는 것이다. 오늘은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의 올바른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길고양이와의 첫 만남은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대부분 어린 새끼고양이를 데려와 키우는 경우가 많다. TNR(Trap Neuter Return; 길고양이를 포획 후 중성화수술을 해주고 다시 놓아주는 일)사업은 2007년도에 시작해 벌써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길거리나 건물 등지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고양이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김석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이들을 불쌍하다고 여겨 간혹 집이나 동물병원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잠깐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가느라 혼자 남겨졌을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행동해야한다. 어미가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말랐거나 바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아기고양이를 데려와서는 안 된다.

집에서 잠깐 데리고 돌보다 다시 원래 자리로 데려다주는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 사람 손을 탄 아기고양이는 어미가 돌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아파 보이거나 개방된 장소에 버려진 듯한 아기고양이(정상적이라면 어미고양이는 개방된 장소에 아기고양이를 두고 먹이를 구하러 가지 않는다)라면 구조해야한다. 만일 고양이가 눈을 떴다면 최소 열흘 정도는 지난 것이라 열심히 돌보면 구조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눈을 뜨지 못했다면 더 집중적으로 보살펴야 한다.

어린 고양이의 경우 체온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몸이 너무 차다면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체온을 올려주고 여러 겹의 옷이나 담요로 체온을 유지해준다. 지저분하다고 처음부터 목욕을 시켜서는 안 된다. 일단 체온을 먼저 올려준 후 따뜻한 수건으로 아주 살살 닦아줘야한다. 오염된 상태가 그리 심하지 않다면 그냥 두는 것이 좋다.

식사도 중요하다. 고양이용 분유와 젖병으로 하루 4~10번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먹여야 한다. 만일 주변에서 바로 살 수 없는 경우 급한 대로 사람 우유나 유아용 분유를 따뜻하게(36도 정도) 데워 먹인다. 대부분의 고양이 분유제품에는 물 타는 비율과 급여방법 및 횟수가 적혀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자.

배가 어느 정도 빵빵해질 때까지 또는 고양이가 물던 젖꼭지를 놓을 때까지 먹이면 되는데 이때는 반드시 엎드린 자세를 취해야한다. 새끼고양이가 어미고양이의 젖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누워서 먹을 경우 우유가 모두 기도 내로 들어가 폐렴으로 순식간에 위험해질 수 있다.

어미고양이가 있다면 핥는 자극을 통해 배설할 수 있지만 만일 용변을 보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배설자극을 줘야 한다. 식후에 화장솜이나 작은 천에 따뜻한 물을 적셔 항문과 생식기, 아랫배 등을 부드럽게 자극하면 된다.

열심히 잘 돌봐 3~4주 정도 됐으면(체중이 220~450g, 젖니가 자라기 시작) 고양이 화장실을 마련해준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작은 상자에 고양이 모래를 채워준다. 화장실은 매일 청소하고 정상적인 사회화과정을 위해 신체접촉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이후 동물병원에서 기본진료를 받고 구충을 한다. 예방접종은 8주 정도 됐을 때 시작하면 된다.

길고양이를 발견했다면 항상 어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두고 함부로 데려와선 안 된다. 만일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조했다면 잘 돌봐 훌륭한 고양이 보호자로 거듭나보자.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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