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갑상선 수질암의 조기진단은 왜 중요한가
[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갑상선 수질암의 조기진단은 왜 중요한가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8.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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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40대 여자환자가 갑상선결절의 세포검사에서 갑상선수질암이 의심되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애매한 소견을 듣고 필자의 병원에 내원했다. 갑상선결절의 크기가 9mm라 1cm가 되지 않는데 꼭 수술해야 하는지 좀 지켜보면 안 되는지 궁금해했다.

먼저 갑상선수질암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수질암은 갑상선암 중 드문 유형인데 우리나라 갑상선암환자의 약 0.5%를 차지한다. 갑상선유두암이나 여포암과는 완전히 다른 암으로 갑상선에서 생길 뿐 신경내분비종양의 일종이다.

유두암이나 여포암은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갑상선세포에서 생기는 암이고 수질암은 칼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C세포에서 생기는 암으로 기원이 전혀 다르다. 칼시토닌은 혈중칼슘농도 조절과 관련 있지만 정확한 기능은 아직 잘 모른다.

수질암은 유두암이나 여포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오직 수술로만 완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세포와 관련 없기 때문에 방사성요오드치료는 전혀 효과가 없다. 재발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수술 후 외부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표적치료제인 티로신키나제 억제제들이 효과를 보이지만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은 없다.

다른 갑상선암과 마찬가지로 크기가 작은 수질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많은 환자가 목에 만져지는 멍울이 있어 검사를 받는다. 암성장은 느린 편이지만 림프절로 전이되면서 퍼져 나가고 뼈, 간, 폐로 전이된다. 수술로 깔끔하게 제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퍼진 상태면 완치는 힘들다. 드물게 생긴 갑상선암이지만 갑상선암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크게 좋아진다.

약 20% 환자에서는 RET이라는 유전자변이가 수질암의 원인이다. 이 경우 부갑상선종양, 부신종양 같은 다른 내분비종양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 유전이 되기 때문에 직계가족들이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하고 예방적 갑상선절제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위 사례의 환자는 드물지만 범상치 않은 갑상선 수질암이 의심되는 상태다. 유두암이나 여포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켜볼 수는 없다. 수질암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치료는 수술이고 갑상선을 전부 제거해야한다. 그래서 조금 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포검사에서 진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칼시토닌 등을 이용한 면역조직화학검사나 칼시토닌 세척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된다. 혈액의 칼시토닌농도를 측정하는 것도 진단과 치료선택에 도움을 준다. 만약 진단이 확실해지면 유전자검사도 받고 갑상선전절제술과 예방적 림프절절제술도 받아야한다.

1cm가 안 되는 작은 수질암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만 받아도 예후가 좋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수술을 받아야 하겠지만 무서운 암을 조기진단 했다는 것으로 위안으로 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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