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먹은 약, 당신의 정신건강 갉아먹을 수도
살 빼려고 먹은 약, 당신의 정신건강 갉아먹을 수도
  • 장인선 기자·김윤주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17.09.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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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기 위해 식욕억제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식욕억제제성분은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에 작용, 식욕중추를 조절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식욕억제제는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물로 장기 복용 시 심각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식욕억제제 성분으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등이 있다. 이들 성분은 의존성이나 내성이 발생할 수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특히 국내 처방빈도가 높은 펜디메트라진은 미국 마약단속국(DEA) 의약품법상 분류등급이 3급에 속해 4급에 속하는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보다 의존과 남용위험이 더 높다. 정신과 전문의 서초좋은의원 한혜성 원장은 "흔히 생각하는 마약류인 헤로인 등이 1급에 속하고 각종 진통제류,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3급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의약품법상 분류등급에 따르면 펜디메트라진은 3급 약물,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은 4급 약물에 속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는 식사, 운동 및 행동수정 등 체중감량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체중질량지수(BMI)가 30 이상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BMI 27 이상인 비만환자에서 단기간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됐다. 또 4주 이내 복용을 권고하고 3개월 이상의 장기복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식욕억제제를 3개월 이상 장기복용하면 피로와 우울증, 불면증, 망상, 환청 등 각종 정신과 부작용과 약물중독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으로는 기분장애(기분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장애)가 있으며 이때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무력감이 심해진다. 드물지만 기분이 들뜨거나 조증이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 문지현 미소의원 원장은 "한 사람에서 어떤 때는 우울증이, 어떤 때는 조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독자는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이른바 '의료쇼핑' 형태로 식욕억제제를 중복해 처방 받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신 처방받거나 비보험으로 처방받는 것이다. 문지현 정신과 전문의는 "일반약물은 중복 점검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내년부터 금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5월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혜성 정신과전문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도입되면 비보험으로 처방받는 모든 약물의 처방을 다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처방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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