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공부하다가 졸린다면? 양치질해보세요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공부하다가 졸린다면? 양치질해보세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9.20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많은 사람들이 졸음을 쫓는 방법으로 양치질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혹시 치약에 포함돼 있는 방향성분과 자극성분에 의한 각성효과는 아닐까. 치약문제를 떠나 양치질 자체의 각성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음식을 씹는 저작운동은 뇌의 혈류순환을 활발하게 해 학습능력을 올리고 건망증이나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구강 내 혹은 구강주위 안면조직의 자극은 뇌와 직간접적인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보면 양치질로 인한 각성효과는 치약의 효과만은 아닌 것 같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국제치과연구학회의 컨퍼런스자료집(2012년)을 보면 ‘양치질이 뇌기능에 미치는 효과(The effects of tooth brush to the brain function)’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성인 8명(평균연령 28.3세)을 대상으로 양치질 후 뇌파검사를 시행했더니 뇌기능 활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손의 운동과 함께 칫솔에 의한 잇몸자극이 두뇌에 신경학적 자극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양생법 중 위아래의 치아를 가볍게 부딪치면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고치법(叩齒法)도 어찌 보면 잇몸을 자극하는 양치질효과와 비슷한 기전이 아닌까 한다. 고치법 역시 뇌로 가는 혈류순환을 활발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보감에는 양치질이 술 깨는데 효과적이라고 기록돼 있다. ‘술에 취했을 때는 뜨거운 물로 양치질하는 것이 좋다. (중략) 다른 사람들의 권고에 못 이겨 술을 지나치게 마셨을 때는 소금으로 이를 닦고 더운물로 양치질을 하면 불과 세 번을 넘지 않아 곧 시원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술을 많이 마시면 꼭 양치질을 하려는 지인도 있다.

양치질이 술을 깨게 한다는 것은 간에서 알코올분해를 촉진하거나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배출을 촉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취기가 심하거나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했을 때 양치질하면 정신이 드는 것은 바로 양치질이 각성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간혹 학령기 아이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잠들기도 한다. 이때 자녀를 억지로 깨워 양치질을 시키면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본인은 물론 자녀분들에게 “양치질하고 자라”는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잠들기 직전에 하는 양치질은 잠을 멀리 달아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다행이겠다. 또 공부해야하는데 잠이 올 때도 효과적이다. 양치질로 잠을 깨는 것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에너지음료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에너지음료에는 고농도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어 지나친 흥분상태를 유발하고 두통, 만성적인 경우 부정맥이나 우울증위험을 높인다.

만일 잠을 쫒고 싶은데 양치질을 못한다면 혀로 입안을 이리저리 마사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운전 중이거나 점심식사 후 오후업무 중, 공부하다가 졸린다면 칫솔이 아닌 혀를 이용해 양치질해보자. 기상 후 눈은 떴지만 잠이 잘 깨지 않을 때도 이불 속에서 혀 양치질을 하면 잠을 깨는데 효과적이다. 

평상시 식사와 무관하게 부드러운 칫솔로 치약 없이 하는 ‘빈’ 양치질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때 나오는 침은 뱉지 말고 삼키는 것이 좋다. 양치질은 치아건강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양치질은 각성제를 먹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