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남은 추석음식 너무 아끼다 ‘식중독’ 걸린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남은 추석음식 너무 아끼다 ‘식중독’ 걸린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10.10 08: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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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추석연휴가 지났지만 아직도 남은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처 다 먹지 못한 음식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바로 먹어 치우자니 비만이 걱정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이 변패돼 식중독우려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보통 여름철 음식물관리는 식중독 때문에 비교적 철저한 편이다. 하지만 가을에도 만만치 않게 식중독환자가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발생한 식중독환자의 계절별 분포는 가을(9∼11월)이 평균 84건(27%)으로 여름(6∼8월)의 94건(30%)과 비슷했다.

식중독은 세균성 외에도 중금속이나 농약 등 화학물질에 의한 것도 있고 버섯이나 복어 등 독성이 있는 식품 때문에도 나타난다.

봄에는 산나물로 오인한 독초가 문제라면 가을에는 산행 중 무심코 채취한 독버섯 등이 문제다. 가을 등산 시 함부로 버섯을 먹어서는 안 된다.

염장식품도 안심할 수 없다. 조선 영조는 간장게장과 함께 감을 먹고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 상극인 감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상한 간장게장으로 인한 식중독 때문일 것이다. 냉장고가 없었던 당시 오염된 간장게장은 독약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요즘 시중의 간장게장은 저염식품 열풍으로 염도를 낮췄지만 대신 합성보존제나 화학방부제가 첨가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냄새는 상한 음식을 찾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발효와 부패는 동일한 과정을 겪지만 발효는 향긋한 냄새가 나고 유효성분이 많아지는 반면 부패는 악취가 나고 위해성분이 늘어난다. 또 보관된 음식물에 없었던 물기가 생겼다면 이미 부패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식물이나 동물은 세포벽 안에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 분해되면서 세포벽이 파괴되고 수분이 빠져나온다. 과일이나 채소가 상하기 시작하면 눅눅해지고 물기가 생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기가 잘 통하면 상하지 않고 건조되기도 하지만 닫힌 공간에서는 부패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밀폐된 공간에서는 쉽게 썩는다.

습도가 높아지면 곰팡이도 쉽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김치나 된장 등 발표식품에도 곰팡이가 쉽게 피는데 흰색 곰팡이는 독성이 약해 깨끗하게 걷어낸 후 조리해 먹어도 무관하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만일 검은색 곰팡이가 피었다면 버리는 것이 낫다. 특히 생강이나 땅콩의 경우 종류에 상관없이 간암을 유발하는 아플라톡신 등 독성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지체 말고 모두 폐기해야한다.

냉장고도 믿을 것이 못 된다. 음식물이 세균에 오염된 상태로 냉장고로 들어간다면 세균은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청소가 안 된 냉장고는 그 자체가 세균창고가 될 수 있다. 신선한 재료를 보관하는 경우도 자연스럽게 부패될 수 있지만 냉장고 속 세균에 2차 오염될 가능성도 높다.

1~5℃ 정도로 유지되는 냉장고 속에서는 세균이 잘 번식되지 않겠지만 만일 오염된 음식이 상온으로 나와 보관된다면 급격하게 번식할 수 있다. 세균은 10℃ 이상에서 번식이 활발해진다. 참고로 이번 주 예고된 날씨를 보면 낮 동안 최고온도의 평균이 21.7℃로 계산됐다.

추석연휴가 지나면서 이런 저런 TV프로그램에는 오래된 명절음식의 재활용 팁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상한 것 같다면 아까워말고 버리자. 무엇보다 음식을 장기간 상온에 보관하지 말자. 어느 계절보다도 음식이 넘쳐나는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아닌 천고장염(天高腸炎)의 계절이 돼서는 안 되겠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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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광 2018-04-30 16:26:27
수라상에 오른 간장게장과 감을 먹고 죽은 왕은 영조가 아니라 경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