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뽀통령’ 의료현장에서도 활약 ‘톡톡’
다재다능한 ‘뽀통령’ 의료현장에서도 활약 ‘톡톡’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7.10.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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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한성희·유정희 교수팀, 뽀로로 VR영상 소아환자 수술 전 불안감 감소효과 확인

#소아탈장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던 강 군.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전신마취 수술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다. 부모님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 이에 의료진은 강군과 부모님에게 ‘뽀로로와 함께하는 VR 수술장 탐험’ 영상을 보여줬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유정희 교수팀

이 영상은 뽀로로가 수술실을 몸소 경험하면서 수술준비의 각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함으로써 소아환자들이 처음 경험하는 수술준비 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VR 영상을 통해 수술에 자신감을 얻은 강 군은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입실해 안정적으로 전신마취와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부모님도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실제로 VR영상(컴퓨터 등을 활용해 만들어낸 가상 영상)을 이용한 수술실 가상체험이 소아환자의 불안감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증명됐다.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가상체험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유정희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가상현실·인공지능을 통한 의학혁신 연구그룹’은 VR 영상제작 전문회사 더브이알 및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와 협업해 ‘뽀로로와 함께하는 VR 수술장 탐험’이라는 4분짜리 영상을 제작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뽀로로가 직접 수술준비과정을 설명해주는 VR영상은 소아환자의 수술 전 불안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VR영상은 소아환자가 수술실에서 느낄 공포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수술실의 모습과 마취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자신이 진짜 체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VR영상의 장점을 활용, 아이들이 가상체험을 수술실을 경험하는 것이 실제로 수술실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해줄 것이라 판단했다.

연구팀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4명의 소아환자들에게는 VR 영상을 시청하도록 했고 35명의 소아환자에 대해서는 영상 시청 없이 마취와 수술에 대한 안내사항의 정보만 전달했다.

두 그룹의 마취 유도 전 불안감의 지표를 비교한 결과 수술 전 VR 영상을 시청하지 않은 그룹(대조군)은 51.7점 이었지만 영상을 시청한 그룹은 31.7점으로 마취 전 불안감이 4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마취 유도에 완벽하게 순응도를 보인 환자가 대조군에서는 12명(34%)이었던 반면 영상을 시청한 그룹은 28명(82%)에 달해 마취과정에 대한 불안감 및 이에 따르는 불안행동 역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및 마취는 소아환자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일반적으로 소아환자의 50% 이상이 수술 전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보고돼 있다.

더욱이 소아의 불안감은 일회적인 심리상황에 그치지 않고 수술 이후의 심리 및 행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식이장애, 악몽, 분리불안, 분노발작 등의 행동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 특히 수술 전 준비과정 및 마취 유도 단계에서 유발되는 높은 수준의 불안은 수술 후 부정적인 행동장애 발생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 교수는 “수술 전 불안감을 감소시키려면 소아환자와 부모가 수술실이라는 낯선 환경과 친밀해지면서 수술준비과정 및 마취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많은 사전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소아환자가 수술실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 즉, 자가조절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불안감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소아환자의 수술 전 불안감 감소를 위해 진정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호흡억제, 마취시간 연장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성희 교수는 “VR 영상은 불필요한 진정제의 사용을 피하면서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수술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며 “향후 VR 영상을 이용한 가상체험이 소아환자들의 수술 후 행동방식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VR과 AI를 접목한 최신장비를 이용한 의료서비스의 의학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외과학회지(British journal of surgery)’ 11월호 표지 연구로 선정됐으며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 및 미국 뉴스 통신사 UPI 등 세계적 매체에서 보도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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