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현미, 정말 사람 서서히 죽이는 독(毒)일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현미, 정말 사람 서서히 죽이는 독(毒)일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10.1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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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 현미가 독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현미를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치고 사람을 서서히 죽여 간다는 것이다. 현미는 백미와 달리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가 포함돼 있어 건강식으로도 알려져 있는 만큼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미는 정말 독일까.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현미(玄米)는 도정하지 않은 쌀로 색이 어두워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핍쌀, 조미(糙米), 매조미쌀(-糙米-) 또는 메조미쌀이라고도 불렀다. 도정한 쌀은 멥쌀이나 갱미(粳米)라고 했다.

쌀을 언제부터 도정해서 먹어 왔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조선왕조실록(태종실록 24권, 태종 12년 8월)에 ‘쌀을 정밀하게 도정하는 폐단을 염려해 갱미 대신 조미로 녹봉을 대신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당시 도정한 쌀은 귀했고 현미로도 많이 먹었음을 알 수 있다.

현미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껍질에 있는 피틴산(phytic acid) 때문이다. 피틴산은 씨앗 등의 곡물 외피에 주로 함유돼 씨앗이 썩지 않고 정상적으로 발아되게 하는 성분이다. 문제는 피틴산이 미네랄과 같은 금속성 원소에 쉽게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덩치가 커지기 때문에 장에서는 흡수가 잘 안 되고 쉽게 배출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백질과 만나면 침전시키는 성질이 있어 단백질 흡수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피틴산이 들어 있는 현미를 많이 먹으면 칼슘, 철분 등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 성장장애, 빈혈을 유발한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현미를 즐겨 먹으면 충치가 잘 생긴다는 소문도 있다.

충남대학교 농업과학기술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현미밥 100g에는 피틴산이 462mg 정도, 도정된 쌀(11분도 백미)에는 15mg 정도 포함돼 있었다. 현미의 약 30배가 많은 수치다. 한 실험에서는 현미와 백미를 먹인 쥐의 대변을 통해 칼슘이나 마그네슘의 배출량을 살펴봤더니 그 양이 현미가 백미에 비해 많았다. 하지만 피틴산 함유량만큼 배출량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약간 많은 정도에 불과했다.

현미 속 피틴산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돼 안타깝다. 피틴산은 씨앗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성분으로 항산화작용을 한다. 우리 몸에서도 항산화, 항암작용을 나타내고 지방산의 대사를 조절한다. 따라서 고지혈증에도 좋고 살도 빠진다. 신장결석이나 담석증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또 미네랄과 중금속은 공통적으로 모두 금속성 원소로 인식되기 때문에 중금속도 배출시킨다.

피틴산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량 영양소인 비타민과 미네랄도 상호작용을 한다. 특정 영양소는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촉진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떤 영양소는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해서 밀어낸다. 예를 들면 칼슘과 마그네슘은 서로 필요한 영양소이면서도 흡수를 방해한다. 아연은 구리배출을 촉진한다. 독자적으로 작용하는 미네랄이나 비타민은 결코 없다.

피틴산은 자신의 종족번식을 위해 함유된 성분일 뿐이다. 거의 모든 도정되지 않은 통곡물의 외피에 포함된 성분이라 생각하면 된다. 콩이나 견과류, 흔한 나무 열매에도 있다. 밀기울과 아마씨에는 3%의 피틴산이 포함돼 있다. 현미가 독이라면 모든 통곡물이나 씨앗들도 독이 되는 셈이다.

만일 피틴산 때문에 현미를 섭취하는 것이 정 걱정된다면 약간 발아시켜 섭취한다면 된다. 현미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담가만 놓아도 피틴산이 약간 줄어든다. 현미를 2일간 발아를 하면 44%로 줄고 물에 불리면 71% 수준으로 줄어든다. 단 열에 강하기 때문에 끓인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미가 미네랄의 흡수를 어느 정도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심각한 미네랄 결핍으로 특수영양요법 중이라면 섭취에 주의해야한다. 하지만 굳이 다른 식품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현미만 먹는 것이 아니라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당량의 현미와 함께 미네랄이 풍부한 다양한 반찬을 보다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현미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식품이다. 현미는 독이 아니라 건강한 밥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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