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비틀’ 어지럼증…이석증 아닌 뇌가 보낸 위험신호?
‘비틀비틀’ 어지럼증…이석증 아닌 뇌가 보낸 위험신호?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7.10.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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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증상 지속되면 뇌졸중, 뇌경색 등 의심해야”

# 취업준비생 A(28)씨는 두 달 전부터 어지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탓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결국 이석증을 진단받아 꾸준히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전혀 호전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 어두운 곳이나 밤거리를 걸을 때면 친구들의 부축까지 받아야했다. MRI검사결과, A씨는 ‘소뇌종양’이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어지럼증’.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으면 흔히 나타날 수 있지만 위의 사례처럼 뇌의 구조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 4명 중 1명이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등 뇌의 문제로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에 속한다. 하지만 전정기관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만일 위의 사례처럼 이석증(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귓속 전정기관에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이석이 어떤 원인에 의해 제자리에서 떨어져나오면서 발생하는 어지럼증) 등 말초성 어지럼증 진단 후 꾸준한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중추성 어지럼증을 의심해야한다.

(왼쪽부터) 소뇌종양, 전정신경초종, 다발신경계위축증(퇴행성 뇌질환), 뇌경색은 중추성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질환이다. 이들 질환은 제때 진단 치료받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은 물론,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중추성 어지럼증의 주 원인질환은 뇌경색과 뇌출혈을 비롯한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등이 있다. 특히 이러한 뇌질환은 제때 진단 치료받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생명까지 잃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실제로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약 10%의 환자들은 갑자기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지럼증을 보이는 뇌졸중환자들은 초기 MRI 검사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20%에 달하고 마비 등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뇌졸중에 비해 오진위험이 무려 2배나 높다고 한다.

게다가 전정기관을 담당하는 신경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말초 전정신경염 또한 뇌졸중 전조현상과 비슷한 어지럼증을 일으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보다 자세한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어지럼증이 심한 자세불안, 발음 장애,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과 함께 나타나면 MRI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뇌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뇌종양의 경우도 종양이 서서히 자라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주로 50~60대에서 많이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발병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다. 또 고혈압·당뇨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뇌졸중과 달리 뇌종양은 뚜렷한 원인과 예방책이 없어 더 조심해야한다. 다행히 조기에 진단하면 질환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 관련 증상과 대처법을 미리 숙지해 제때 진단·치료받는 것이 좋다.

퇴행성 뇌질환 환자에게도 중추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 경우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하고 영상검사도 정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많아 치료기회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영상검사가 정상이더라도 눈 운동장애가 있거나 팔과 다리를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퇴행성 뇌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가벼운 어지럼증이라도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전문의에게 자세한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최정윤 교수는 “서 있을 때 중심을 잡기 어려운 자세불안증상 또는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질환으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아 신속히 원인질환을 밝혀내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뇌질환은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할수록 회복될 여지가 크고 약물과 전정운동치료를 꾸준히 실시하면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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