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사타구니에 생긴 여드름? 알고보니 ‘화농성한선염’
겨드랑이·사타구니에 생긴 여드름? 알고보니 ‘화농성한선염’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7.10.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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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에 자꾸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흘러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요. 연애하고 싶어도 자신이 없네요.”

#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김모 씨(22·여)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시 ‘화농선한선염’(화농성 땀샘염)으로 진단받았다. 처음에는 여드름·종기인 줄 알았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가라앉았다 싶으면 다시 재발했다. 손을 대기만 해도 고름이 터져 수시로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통증이 심해 크게 위축된 상태다.

화농성한선염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4%가 앓는 피부질환으로 종양과 결절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주로 사춘기 이후에 시작돼 성인까지 이어진다. 땀샘이 지나가는 겨드랑이·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반복적으로 생긴다. 항문 주변이나 외음부·유방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분당차병원 피부과 이희정 교수

처음에는 붉은 염증성 결절 또는 종기 형태를 띠지만 악화돼 종기가 터지면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자연치유가 어렵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악화돼 환자들의 마음고생이 심하다. 발병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질환정보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분당차병원 피부과 이희정 교수는 “화농성한선염은 주로 10~20대 여성에게 처음 발병하는 데다 가슴, 엉덩이, 사타구니 등 진찰받기 민망한 부위에 나타난다”며 “더욱이 여름철에는 고름과 냄새 등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는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환자가 상처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화농선한선염은 조기치료가 관건이다. 이를 방치하면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병변 부위가 넓어지며 종기가 터지면서 벌어진 피부가 잘 아물지 않아 만성궤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피부 아래에서는 농양들끼리 이어져 특징적인 터널 같은 길(피부굴, sinus tract)을 형성하게 된다.

심한 경우 손을 대기만 해도 고름이 터지고, 천이 닿기만 해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통증이 동반된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평소에 옷을 갈아입거나 움직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희정 교수는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대다수가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내원한다”며 “현재 포털 사이트 백과사전이나 국가 건강정보 사이트에서도 정확한 질환정보를 찾기 어렵고 오진으로 잘못된 치료나 민간요법 등을 받다가 증상이 심각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화농선한선염은 초기에 주로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경구레티노이드 제제, 호르몬 요법 등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에 내성이 생겨 반응하지 않거나, 장기사용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높았다. 수술적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재발할 수 있으며 수술 부위가 활동 하는 데 제한을 받기도 한다.

다행히 작년부터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억제해 중증 화농성한선염에서도 뛰어난 호전 효과를 보이는 생물학적제제가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희정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은 기존 치료 효과가 미흡했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 화농성한선염은 환자수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임에도 같은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는 염증성 질환인 건선·류마티스 관절염과 달리 산정특례를 적용받지 못해 환자가 전체 치료비용의 60%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희정 교수는 “화농성한선염도 건선 같은 만성질환이나 다른 희귀질환처럼 널리 알려져야 하고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에서 비급여 항목 시술을 급여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농성한선염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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