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㉝이번 달부터 가능해진 인간다운 죽음 ‘존엄사’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㉝이번 달부터 가능해진 인간다운 죽음 ‘존엄사’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10.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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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부유한 사업가 윌은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환자가 된다. 실직 후 임시간병인을 하게 된 루이자와 윌은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서로를 이해하고 연인사이로 발전하지만 이미 윌은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루이자는 큰 충격을 받아 윌을 설득하지만 결국 마지막 이별을 맞게 된다.

이나영 기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존엄사 논란을 가져온 조조 모예스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내용이다. 존엄사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합법적인 존엄사가 가능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법(웰다잉법)’의 시범사업을 올 10월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정식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호스피스영역은 이미 올 8월부터 시행됐고 이제 연명의료영역이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 본격시행은 내년 2월부터다.

일명 존엄사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회생 불가능한 환자가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한 명에게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인 판단을 받은 후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을 말한다.

국내에서 존엄사논쟁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97년 이른바 ‘보라매병원사건’이다. 이 사건은 회복 불가능한 환자를 부인의 요청으로 퇴원시켰다가 결국 사망하게 되자 의료진과 유가족이 처벌받은 사건이다.

또 2009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사례가 나왔다. 일명 ‘김 할머니 사건’으로 당시 김 할머니의 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존엄사를 인정했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들을 계기로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이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존엄사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존엄사는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통증완화치료와 영양분, 물, 산소를 공급한다. 반면 안락사는 약물투여나 영양공급중단 등 인위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존엄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이며 미국은 일부 주에서만 인정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는 잘 사는 것만큼이나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무리한 연명치료를 원치 않았다. 또 연명치료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비율도 절반에 달했다.

웰다잉법은 이제 3개월간의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3월 조사결과 의료진의 약 34%, 일반인의 경우 약 16%만 웰다잉법을 알고 있었다.

웰다잉법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홍보를 통해 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치료비부담 등 경제적 이유로 존엄사가 악용되는 것을 방지해야한다. 또 호스피스병상과 인력확충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살 권리만큼이나 소중한 권리인 죽을 권리, 이제 보다 냉철하게 직시해야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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