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11.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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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어젯밤은 으슬으슬할 정도로 한기가 느껴졌다. 이맘때면 걱정이 늘어나는 분들이 있다. 바로 손발이 차가운 분들이다. 한여름에도 손발이 차가우니 이렇게 날이 추워지면 걱정이 태산이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건강한 사람의 손발온도는 보통 29℃ 정도 된다. 손발의 열감은 원래 심장으로부터 전달된 것이다. 성인의 정상체온은 평균 36.5~37℃ 정도다. 이것은 심부열로 내장의 열이라고 할 수 있다. 내장 중에서도 특히 심장의 열이 가장 높을 것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수축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열된 심장의 열은 말초혈관을 타고 손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식는다. 약간 온도가 낮아진 혈액은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자동차로 따지면 심장은 엔진에 해당하고 손발은 열을 식히는 라지에이터 역할을 한다. 수족냉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손발로 전달되는 혈류속도가 너무 느려 전달과정에서 너무 식어버리거나 심부열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은 체질적인 소인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긴장을 잘 하거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체질은 빈혈이나 저혈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긴장하면 손발에 땀이 흥건하게 젖는 수족다한증 역시 손발이 항상 차갑고 축축하다. 특히 수족냉증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흔한데 주 대상은 20~40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오히려 갱년기를 지나면서 열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손발이 차가운 사람은 배도 차갑다고 느낀다. 내부 장기, 특히 소장의 심부열이 낮은 경우 주로 나타난다. 심지어 설사를 할 때 항문 피부에서 대변의 냉기를 느끼기도 한다. 당연히 장내 정상세균총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면역력도 떨어져 있을 것이다. 가임기 여성들은 특히 아랫배에 냉기를 느끼면서 생리불순을 호소하기도 한다. ‘복무열통(腹無熱痛) 두무냉통(頭無冷痛)’이라고 했다. 배는 따뜻해서 아픈 경우가 없고 머리는 시원해서 아픈 경우가 없다는 의미다. 배는 항상 따뜻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추위를 느끼면 자연스럽게 열을 발생하기 위해 노력한다. 추위를 타면서 으슬으슬하거나 덜덜 떠는 이유는 근육을 수축시켜 열을 재생산하기 위함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오한 뒤 열이 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남성들이 소변을 보고 난 뒤 부르르 떠는 이유도 소변을 통해 손실된 열을 근육을 떠는 순간에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확인해본 바는 없지만 여성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체온유지 비결 중 하나는 바로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다. 총 체열의 40% 정도는 근육, 특히 골격근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자체로 열이 발생한다. 어떻게서든지 근육량을 높이고 자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근력운동을 따로 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근육을 키우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 대사과정에서도 열이 발생되기 때문에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섭취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야 한다. 평소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생강이나 계피 등 기운이 따뜻한 음식을 즐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수족냉증은 으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심각한 질환의 징후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찬 자극을 받으면 말초동맥이 갑자기 수축하는 레이노병, 말초동맥이 막히는 동맥경화증, 버거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경추나 요추의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의 경우도 수족냉증을 동반한다.

수족냉증은 단지 손발이 차다는 의미를 넘어 내부 장기와 심각한 혈관문제를 호소하는 신호일 수 있다. 심리상태는 더욱 긴장되고 예민해지며 면역력까지 떨어뜨린다.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은 배려심 많은 사람들의 거짓말이다. 손발이 차면 심장뿐 아니라 마음도 차가울 뿐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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