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 놓인 이주여성, 고위험 출산율도 한국 여성보다↑
의료사각지대 놓인 이주여성, 고위험 출산율도 한국 여성보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7.11.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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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위한 산전교육 및 별도 지원 마련 절실”
한국 여성과 아시아권 이주여성 간의 고위험 출산율 비교.

늦은 결혼으로 조산 등 고위험 출산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주여성들의 고위험 출산율이 한국 여성에 비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인규 교수(주저자)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교신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여성에 비해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권 이주여성의 고위험신생아 출산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숙아(임신기간 37주 미만), 저체중출생아(출생체중 2500g 미만), 과숙아(임신기간 42주 이후) 출산위험은 필리핀 출신 여성이, 거대아 출산위험(출생체중 4000g 이상)은 중국 출신 여성이 높았다.

필리핀 여성은 한국 여성에 비해 미숙아 출산위험이 약 1.5배, 저체중출생아 출산위험과 과숙아 출산위험은 각각 약 1.7배, 1.8배였고 중국 여성의 거대아 출산위험은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이 건강은 영양상태, 생활습관, 산전관리 등 산모의 전반적인 건강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위험 신생아 출산비중이 높다는 것은 이주여성의 건강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인규 교수는 “결혼이주여성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권 이주여성의 대부분은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 및 출산을 준비한다”며 “새로운 환경 적응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뿐 아니라 언어장벽 등으로 인해 의료정보 접근성도 떨어질 것이라 추측된다“고 말했다.

고위험 출산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좋지 않다. 미숙아·저체중출생아는 장기발달이 미성숙하고 면역력이 약해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또 출생 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큼 산모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고 산모의 산후우울증 발생확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산모의 건강관리를 통해 고위험출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야한다.

현재 이주여성 역시 국가 주도하에 진행되는 산전관리·교육 등 다양한 의료혜택을 한국여성과 동일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언어문제나 문화적차이 등으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주여성들에게 각종 의료혜택이 얼마나 잘 흡수될 수 있는지는 재고해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 교수는 “이전 연구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임신기간 중 영양공급이 부실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이주여성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느끼게 됐다”며 “출산 예정일까지 정기검진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산전관리를 받을 수 있다면 고위험신생아의 출산 비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민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의 출산결과’ (Birth outcomes of immigrant women married to native men in the Republic of Korea: a population register based study)라는 제목으로 BMJ open 저널에 발표됐다.

또 ▲연구 표준데이터의 규모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출생된 단태아 177만여 명의 통계청 출생자료를 토대로 한 대규모 연구 ▲그동안 논의됐던 미숙아, 저체중출생아를 넘어 과숙아, 거대아로 범주를 확대한 첫 연구 ▲산모 나이, 출산 횟수 등 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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