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가을전어’ 집 나간 정신머리를 불러들인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가을전어’ 집 나간 정신머리를 불러들인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11.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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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제철음식인 전어에 대한 칭송이 많다. ‘봄 멸치 가을전어’도 있고 ‘봄 도다리 가을전어’라는 말도 있다. 특히 전어는 구이냄새 때문에 집 나간 며느리까지 불러들인다고 할 정도다. 정말 전어구이는 혹독한 시집살이로 집 나간 며느리가 자존심을 접을 정도였을까.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전어는 조선 후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전어(箭魚), 전어(錢魚), 전어(全魚), 전어(剪魚) 등의 이름으로 표기돼 있다. 箭魚(전어)는 화살 전(箭) 자를 쓰는데 물속에서의 몸놀림이 화살처럼 빠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문헌적 근거로는 송나라 때의 보경사명지(寶慶四明志)에 ‘배 아래쪽의 가느다란 뼈가 마치 화살촉과 같아서 세속에서 箭魚(전어)라고 부른다’라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또 자산어보에 큰 전어는 1척(尺, 약 30cm)이나 된다고 했다. 하지만 동 시대 유득공의 영재집(泠齋集)에는 ‘전어는 작고도 작은 물고기라 망연하여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해보건대 필시 바다의 붕어일 것이다’라고 했다. 당시 큰 것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요즘처럼 크기가 작았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전어는 비싸게 사서 먹어도 좋을 만큼 맛있는 생선이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사는 사람들이 가격(錢)을 따지지 않고 사기 때문에 錢魚(전어)라고 부른다’고 했다. 또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보배로 여기니 맛이 좋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자산어보에도 ‘기름지고 맛이 달다’고 했다.

또 전어는 가는 뼈에서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었다. 난호어목지에는 ‘살집에는 가는 가시들이 있지만 유연해서 씹어 먹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경사명지에는 ‘단맛이 껍질과 비늘 사이에 있어서 현지인들은 비늘이 붙은 채로 삶아서 제공해준다’고 했다.

심지어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머리까지 모두 먹는다. 전어는 등푸른 생선 중 하나로 버릴 데 없이 한 마리를 모두 먹는다면 풍부한 단백질과 함께 칼슘, 불포화지방산, 콜라겐 등을 보충할 수 있다.  전어의 가는 뼈를 쉽게 발라내지 못하는 불편함이 오히려 건강에는 도움이 되는 셈이다.

전어구이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식문화다. 일본은 전어를 고노시로(このしろ)라고 부른다. ‘자식 대신 태운 물고기’라는 의미다. 과거 자신의 딸을 탐하는 영주에게 딸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관에 전어를 가득 넣어 태웠다. 태워진 전어 향을 맡은 영주는 정말 자식이 죽었구나 하고 포기했다는 유래가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구이 대신 전어를 식초에 절이거나 날회로 먹는다.

중국은 전어를 반제(斑鰶)라고 부르는데 요즘은 그리 흔하게 먹지 않는 생선이다. 흔히 먹는 생선 대부분은 찜으로 해서 많이 먹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집 나간 며느리가 되돌아온다’는 속담까지 있다. 어찌됐든 전어는 지방이 많아 그만큼 구이 향이 고소하고 맛있다는 의미를 과장한 것이라 생각한다.

고구려의 고기구이 맥적(貊炙)이 중국에까지 알려졌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구이문화는 역사가 깊다. 식탁에 화로를 올려놓고 직접 고기를 구워먹는 것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독특한 식문화다. 이제는 대부분의 육류와 생선 그리고 다양한 채소까지 불판에 구워서 먹는다.

사실 전어는 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야 고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을전어는 다른 계절에 비해 포화지방산이 3배나 풍부해 고소함이 최고다. 특히 포화지방산 중 DHA는 두뇌활동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 중 하나다. 가을전어, 이제는 며느리 대신 이 가을 멍해진 정신머리를 불러들일 만하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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