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 갑상선 미분화암은 모두 치료가 안되는 암일까?
[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 갑상선 미분화암은 모두 치료가 안되는 암일까?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11.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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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필자의 병원에는 갑상선암, 두경부암(구강암, 후두암 등 이비인후과 영역에 생기는 암)환자들이 신속한 진단·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다.

작은 의원이지만 지난 1년 동안 100명 이상의 암환자를 수술했다. 어떤 환자는 다른 병원을 다녀왔지만 자세한 설명과 치료에 관한 2차 의견을 듣기 위해 방문한다.

최근 한 환자는 갑상선미분화암이 의심되는 환자였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암으로 진단받아 크게 낙담한 상태였다. 대부분 갑상선암은 유두암이고 드물게 여포암인 경우가 있다.

유두암과 여포암은 정상 갑상선세포의 성질을 가져 분화갑상선암이라 부른다. 분화갑상선암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예후가 좋다. 분화갑상선암 일부는 어느 순간 성질이 갑자기 변해 빨리 성장하고 온몸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이를 역형성 변화라 하는데 이것이 나타난 암을 미분화암 또는 역형성암이라 부른다.

미분화 갑상선암은 예후가 매우 나쁘다. 1년 내로 모두 사망한다고 여기지만 모든 미분화암이 그런 것은 아니다. 미분화암도 일찍 발견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최근 갑상선암 검진을 많이 받으며 미분화암이 조기발견되는 비율이 예전보다 늘면서 예후도 함께 좋아지고 있다.

필자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미분화암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예후에 관해 연구하고 발표한 적이 있다. 늦게 발견해 암전체가 미분화암으로 악화된 경우 5년 생존율이 14%, 조기에 발견해 일부만 미분화암인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81%로 모두 1년 내 사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암이 조금 퍼져 수술가능한 미분화암 환자는 5년 생존율이 71%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존율 26% 보다 크게 높았다. 수술을 못하는 환자라도 치료를 포기한 경우에는 평균 생존기간이 7.7개월이지만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는 평균 생존기간이 19.2개월로 훨씬 길었다.

지난 칼럼에서 내년부터 갑상선암 병기시스템이 바뀐다고 말했다. 변경되는 시스템에서는 미분화암도 진행정도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는 사실이 반영됐다. 예전에는 미분화암을 모두 4기로 분류했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갑상선에 국한된 미분화암, 주변 침범이나 림프절전이가 있는 미분화암, 원격전이가 있는 미분화암으로 나눠 4기를 A, B, C로 세분화했다.

갑상선 미분화암을 진단받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치료해야하며 자신이 수술 가능한 상태라면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한다. 위 사례의 환자는 다학제적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예후가 좋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 것을 여러 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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