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꼬막 효능 살리는 조리법? ‘타우린’에 숨어 있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꼬막 효능 살리는 조리법? ‘타우린’에 숨어 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desk@k-health.com)
  • 승인 2017.11.2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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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릴 적 어머니가 양푼에 담아주신 삶은 꼬막을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꼬막은 핏기가 있으면서 윤기가 돌아 ‘작은 심장’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시중의 꼬막은 종류가 다르기도 하겠지만 간혹 너무 삶아 퍽퍽한 맛이 나서 식당 주인에게 투정까지 부린다. 꼬막을 너무 오래 삶으면 맛뿐 아니라 효능도 함께 달아나기 때문이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문헌을 보면 꼬막의 껍데기는 기와지붕을 닮았다 해서 와릉자(瓦楞子)나 와롱자(瓦壟子)라고 불렸고 맛이 달아서 감(蚶)이라고도 했다. 대부분의 한의서에는 공통적으로 ‘꼬막은 기운이 따뜻하고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위장의 기운을 보하고 음식 소화가 잘 되게 하면서 허약함을 보한다’고 했다. 이러한 효능은 꼬막의 다양한 영양성분에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꼬막의 핵심성분은 바로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처음 불리한 곳이 소의 쓸개였다. 타우린(taurine)이란 이름도 라틴어로 소를 의미하는 ‘타우러스(taurus)’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타우린은 쓸개즙을 만드는 데도 이용되고 간기능을 활성화시켜 피로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기능을 한다.

한국식품영양학회지의 논문에 따르면 타우린은 다양한 동물성식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28;1, 1999년). 총 86종의 식품을 검색한 결과 100g당 함량이 주꾸미(1305.6mg), 새꼬막(1078.8mg), 바지락(867.5mg), 홍합(851.5mg), 꼴뚜기 (733.5mg) 순으로 많았다. 참꼬막(403.6mg)은 새꼬막보다는 적은데 그래도 세발낙지(573.4mg)나 오징어(358.1mg)와 비슷한 함량이었다. 꼬막은 종류를 막론하고 상당량의 타우린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꼬막은 주로 삶는 방법으로 많이 조리한다. 타우린의 녹는점은 305~310℃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100℃로 끊이는 것으로는 파괴되지 않는다. 문제는 수용성이어서 삶는 시간이 길수록 용출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때 맛과 함께 다른 수용성 영양성분도 녹아날 것이다. 따라서 꼬막을 너무 오래 삶으면 안 된다.

꼬막을 삶는 시간은 불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핵심은 꼬막이 입을 벌리기 직전까지 삶는 것이 다. 한두 개가 입을 벌리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물이 끓는 상태에서 불은 끄고 5분 정도 데치는 것도 좋다. 삶거나 데칠 때 굳이 젓지 않아도 된다. 증기로 쪄 먹거나 구워 먹는 것도 좋은 방법. 찌거나 구우면 살집이 질겨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타우린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조리방법이다.

짧은 시간 삶은 경우라도 꼬막 삶은 물은 버리지 않아야 한다. 만일 꼬막을 깨끗하게 세척한 경우 삶은 물을 하룻밤 정도 냉장고에 보관해놓으면 위의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다. 또 꼬막을 부직포에 넣어서 삶으면 비교적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깨끗하게 얻은 꼬막 삶은 물은 그냥 마셔도 되고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또는 양념장에 넣으면 좋다.

식료본초에는 ‘배와 허리에 냉감이 있을 때 빈속에 익힌 꼬막 10개를 먹고 삶은 물을 마시면 큰 효과를 본다’고 했다. 역시 물까지 마시라고 했다. 어떻게서든 꼬막 삶은 물까지 먹어야만 온전하게 꼬막을 먹는 것이다. 조개구이 때 생겨나는 물이나 문어숙회 삶은 물도 마찬가지다. 모두 타우린 음료인 셈이다.

꼬막은 체질적으로 속이 냉하면서 소화기가 약한 체질에 좋다. 하지만 체질에 따라 그렇게 많은 양을 욕심내면 안 된다. 수식거음식보에는 ‘습열(濕熱)이 심한 경우에는 금한다’고 했다. 땀이 많고 비만한 체질에 해당한다. 본초강목에는 ‘너무 많이 먹으면 기를 옹색(壅塞-막힘)하게 한다’고 했다. 아마도 속 열이 많은 체질에 해당하겠다.

꼬막은 작다는 의미를 가진 ‘꼬마’가 어원이다. 크기는 작지만 맛과 효능은 결코 어느 거인 못지않다. 어릴 적 참꼬막이 아니라도 요즘 흔하게 보는 양식 새꼬막도 좋다. 특히 타우린 등 영양성분이 보존된 조리법이라면 어느 꼬막이나 건강 면에서 결코 가볍게 볼 꼬막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꼬막 살의 부드러움을 포기할지언정 꼬막 삶은 물은 버리지 말자.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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