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성형공화국 ‘수술이 필요해’
美친 성형공화국 ‘수술이 필요해’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3.05.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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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진단]‘성형대국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나

예로부터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해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 했다. 하지만 2013년 우리나라에서 그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예뻐질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형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사회현상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성형수술’이라고 거침없이 답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만큼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사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미녀의 대명사 클레오파트라는 피부미용을 위해 우유와 맥주로 목욕을 즐겼으며 동양의 대표미인 양귀비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약초를 구하는데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시술횟수 세계 최고…세계시장 1/4 차지

문제는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온 미(美)의 추구가 과도한 성형열풍으로 변모했다는 것. 이제는 성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져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일 일명 ‘압구정 성형거리’라고 불리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최모(21·성남시 분당구) 양이 이를 확인시켜줬다. 최 양은 “양악수술이 유행하면서부터 눈이나 코수술은 수술도 아니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양악이든 쌍꺼풀수술이든 예뻐질 수만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은 해외통계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국제미용성형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준 우리나라가 인구 1000명당 13.5명으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고 보도했다.

공식적으로 통계에 잡히는 시술만도 연간 약 65만건에 달하며 이는 인구 1000명당 약 14명 꼴이다. 또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세계 성형시장규모는 200억달러(21조원) 정도인데 우리나라 성형시장은 45억달러(5조원)로 전 세계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왜 우리나라에 이렇게 과열된 성형열풍이 몰아닥친 것일까. 대한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본래 성형은 20세기 들어 세계대전을 2차례 치르는 동안 발전했다. 즉 전쟁에 의한 외상치료를 위해 재건성형수술이 개발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의 성형역사와 별반 다를 것 없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 의료진이 많은 전상환자 치료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특히 이들 중 미국군의관 밀라드와 부산에 있던 스웨덴 적십자병원의 스텐스트롬이 성형외과 전문진료를 본격 시행했다.

그 후 1961년 미국에서 성형외과를 전공하고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유재덕 박사가 1961년 8월 연세대학교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진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국내 대학에서 성형외과 전문진료와 교육을 시작하게 된 시발점이다.

△ 강남3구에만 전문의 1958명 중 750여명 몰려

50여년이 흐른 지금, 국내 성형외과의 현 주소는 어떨까. 대한성형외과학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5월 기준으로 성형외과 전문의만 1958명에 달하며 강남3구에만 성형외과 전문의가 몰려있어 강남구에만 600여명, 서초구 120여명, 송파구 20여명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현재 강남구에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설치, 운영하는 의료기관(의료법상 의료기관에 해당되는 곳)은 622곳에 달했으며 서초구 131곳, 송파구 39곳으로 확인됐다.

이데아성형외과 국광식 원장은 “강남구 테헤란로가 ‘비즈니스’벨트라면 신사동에서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도산대로는 ‘미용성형산업’벨트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관련 병의원들이 많이 들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성형인 될래? 성형미인 될래?…자극적 광고 문제

사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이들이 성형에 나서고 있는 것까지 합치면 성형시장은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부 의료인들이 수익이나 병원운영을 위해 성형과 피부 분야에 뛰어들면서 공급자가 넘쳐나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성형대국이 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의료법 상 의사자격만 있으면 의료행위에 문제가 없지만 지금의 상황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넘쳐나는 공급으로 인해 경쟁이 과열되면서 성형외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버린 새로운 직업군 상담실장(코디네이터)도 생겨났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무분별하고 과장된 홍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1월 압구정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는 ‘양악전문 원장 1명당 수술 1000회’라고 사실과 다르게 광고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물도 문제다.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서는 성형 전후 사진을 내거는 방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한 여성의 사진을 크게 걸어놓고 비포와 에프터 사진으로 변화된 여성의 얼굴과 함께 ‘성형인 될래? 성형미인 될래?’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상목 회장은 “심화된 경쟁과 병원운영난(難) 속에서 대부분의 병원들이 성형 관련 진료를 보다보니 성형외과 병의원이 난립하고 환자유지를 위해 상담실장이나 코디네이터를 상주시키다보니 오늘과 같은 일이 빚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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