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눈병인 줄 알았는데 다른 질병?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눈병인 줄 알았는데 다른 질병?
  • 이동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11.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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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FPV)’이라는 질병으로 동물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으로 악명이 높다. 주된 증상은 구토와 설사, 식욕부진이며 혈액 검사상 백혈구 수치가 매우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동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다행히 고양이는 입원치료를 시작하면서 구토와 설사증세가 빠르게 개선됐고 혈액검사상 백혈구 수치도 조금씩 상승했다. 하지만 식욕이 계속 없어서 결국 비위관을 장착해 강제 급여를 시작했다. 급기야 황달까지 나타났다. 빈혈은 강제 급여 이후 조금 개선되는 듯했지만 황달은 조금씩 더 심해졌다. 추가검사결과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이 가장 의심됐다. 고양이는 현재도 씩씩하게 질병과 싸우고 있다.

처음부터 위 사례의 고양이는 보통 고양이보다 눈이 뿌옇게 보였다. 단순히 눈에만 질병이 발생한 걸까? 답은 그렇지 않다. 눈 자체에 문제가 생겨 안과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사례처럼 전신질환이 눈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눈에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안과질환이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칼럼에서는 증상이 눈으로 나타나는 전신질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①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가장 대표적인 전신질환은 위 사례와 같은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이다.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은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변형(돌연변이)돼 나타난다. 특히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여러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집의 고양이가 잘 걸린다.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은 복수나 흉수 등이 차는 습식과 그렇지 않은 건식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습식이 더 급격하게 진행된다. 안타깝게도 이 질병은 치료한다고 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이 보이는 안과증상으로는 ▲홍채염이 나타나 눈의 색이 이상하게 변하기도 하고 ▲앞포도막염 때문에 눈이 전체적으로 뿌옇게 보이기도 하며 ▲각막침착물이 생겨 각막에 얼룩이 있는 것처럼 지저분해 보일 수 있고 ▲눈 안에 출혈이 생기거나 섬유소가 떠다니는 것이다.

② 고양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FHV)’

고양이 감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눈과 호흡기증상을 보인다. 조기에 발견하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체내에 잠복하고 있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등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하는 특징이 있다. 헤르페스에 의한 안과증상으로는 ▲눈곱이 자주 끼거나 ▲눈이 충혈되고 ▲결막이 붓기도 한다.

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고 평생 잠복감염을 일으킨다. 충혈되거나 눈곱, 결막부종, 각막염이 나타날 수 있다.

③ 개 홍역 바이러스(CDV)

개 홍역 바이러스 감염은 보통 예방접종이 잘 안 된 어린 강아지에서 발생한다. 감염된 강아지의 소변이나 비말 등으로 인해 감염된다. 증상 발현 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기침, 콧물, 식욕저하 등 호흡기 관련 증상을 보인다. 눈의 증상은 질환의 초기 단계부터 나타나며 결막염부터 시작해 안구건조증, 각막궤양, 포도막염까지 나타날 수 있다. 개 홍역 바이러스의 특성상 신경계로 침투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심한 시각신경염이 발생해 급성 실명에 이를 수 있다.

④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감염증(FeLV)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는 주로 타액이나 모유를 통해 전염된다. 빈혈이나 백혈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등을 일으킨다. 고양이 암 관련 사망원인 중 1/3을 차지하는 림프종도 일으킨다. 눈의 증상도 림프종과 관련 있다. 변형된 림프구가 포도막을 통해 안구에 침투해 포도막염을 일으키며 홍채에서 종양이 관찰되기도 한다. 종양세포가 안방수(눈의 각막과 홍채 사이 및 홍채와 수정체 사이를 가득 채운 물 모양의 투명한 액)의 흐름을 방해해 속발성 녹내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밖에도 고양이 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 고양이 칼리시 바이러스 감염, 브루셀라, 보렐리아 등 눈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전신질환은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특히 반려동물이 눈을 불편해하면 보호자들은 본인의 안약을 임의로 넣거나 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있다. 항상 보호자에게 반려동물 눈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탁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속상할 때가 많다.

모든 안과증상이 전신질환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병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검사·치료를 통해 반려동물이 아파하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 보호자의 의무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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