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혈흡충 수컷과 윤창중
주혈흡충 수컷과 윤창중
  •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 승인 2013.05.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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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혈흡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다. 기생충의 대부분은 인체에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주혈흡충은 다르다. 서식장소가 하필이면 장간막정맥인 탓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간으로 운반되는 통로가 바로 장간막정맥인데 주혈흡충이 여기 기생하면서 알을 낳으면 알의 일부가 혈류를 따라 간으로 가게 된다.

주혈흡충의 알은 기생충알 중에서도 유난히 크고 매일 간으로 배달되는 알들은 간에 심한 염증을 만들어 결국 간경화까지 일으킨다. 전세계적으로 주혈흡충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20만명을 넘는 이유도 간을 망가뜨리는 주혈흡충의 습성 때문이다.

그래도 주혈흡충에겐 본받을 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수컷이 암컷에게 헌신적이라는 거다. 먼저 성충으로 자란 수컷은 성적으로 전혀 성숙하지 않은 어린 암컷을 데려와 자신의 몸에 있는 터널 안에서 살게 한다. 그러면서 수컷은 암컷을 데리고 다니며 세상 구경도 시켜주고 포도당과 콜레스테롤 등 영양분도 챙겨준다.

늘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혈류에 떠밀려가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알 낳을 장소를 찾기 위해 혈류를 거스를 때도 있어 수컷들은 대개 몸 근육이 발달해 있다. 하지만 알 낳는 거 말고는 하는 게 없는 암컷들은 아주 날씬하다.

흔히 ‘쭉쭉빵빵’이란 표현을 쓰지만 주혈흡충 암컷만큼 쭉쭉 빠진 기생충은 별로 없다. 주혈흡충 암컷은 수컷의 헌신적인 보살핌 아래 성적으로 성숙한 여인이 되며 수컷은 그제야 암컷과 오래도록 기다렸던 합방을 한다.

요충을 비롯해 기생충 중에는 수컷이 관계만 맺고 도망가 버리는 예가 흔하다.

하지만 주혈흡충 수컷은 정식 부부가 된 뒤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암컷을 돌본다. 자신의 몸속에 가두는 게 부인을 믿지 못하는 편집증의 소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혼 후에도 한결같은 그 마음만은 인정해야지 않을까? 주혈흡충이 ‘지구상에서 가장 금술이 좋은 동물’로 불리는 건 그 때문이다.

윤창중 대변인이 미국 방미 도중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경질됐다. 그 불미스러운 일이란 건 20대 초반의 여성인턴을 성추행했다는 거란다. 서른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어린 여성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윤창중과 주혈흡충 수컷은 닮은 점이 있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둘 사이엔 차이점만 존재한다.

주혈흡충 수컷은 한번 결혼하면 아무리 젊은 암컷들이 있어도 눈길 하나 안 주는 반면 이미 결혼해 아내와 자식까지 있는 윤창중은 기사대로라면 미국에 간 본분을 잊고 젊은 여성에게 치근댔다. 심지어 사건이 탄로 나자 자신의 짐도 호텔에 놔둔 채 한국으로 줄행랑을 쳤으니 주혈흡충 수컷이 혀를 끌끌 찼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윤창중은 사람보다는 주혈흡충으로 태어나는 게 더 좋았을 뻔했다.

스스로 청한 기자회견에서 윤창중은 엉덩이를 만진 게 아니라 격려차 그 여성의 허리를 툭 쳤다고 했는데 사람의 허리와 엉덩이는 비교적 잘 구분이 되는 반면 주혈흡충 암컷은 그런 구분이 전혀 없이 날씬하기만 하니 그가 주혈흡충이었다면 그의 말을 더 많은 이들이 믿어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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