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인삼꼭지 ‘노두’도 버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인삼꼭지 ‘노두’도 버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12.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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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은 식품으로도 유통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마르지 않은 수삼을 구한 경우 꼭지부분인 노두는 독이 있어 먹어선 안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인삼 노두에는 독이 없기 때문에 굳이 버릴 필요가 없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항간에서는 인삼 노두를 ‘뇌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이름이다. 정확한 이름은 노두(蘆頭)가 맞다. 노(蘆)자는 ‘갈대 노’자로 인삼, 도라지나 더덕 등의 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부분을 일컫는다. 아마도 구전되면서 노두라는 발음이 뇌두로 들려 오해했을 수 있겠다. 그럴싸하게 뇌두(腦頭)라는 한자이름도 붙었지만 노두(蘆頭)가 정확한 이름이다.

사실 인삼의 노두를 제거해야한다는 얘기는 많은 한의서의 기록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의보감에도 ‘인삼을 쓸 때는 노두를 제거해야 한다. 노두를 제거하지 않고 쓰면 사람이 토하게 된다’라고 나와있다. 이러한 기록 때문에 노두를 먹으면 토하고 이는 독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오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노두는 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본초종신에는 ‘인삼 노두는 토하는 작용이 있는데 허로(피로)와 담음(痰飮; 가래나 위장 적체물)을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비요에는 ‘인삼 노두는 담연(痰涎-가래와 같은 분비물)을 토하게 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는 과체(瓜蔕, 오이꼭지) 대신 사용한다’고 했다.

노두나 오이꼭지는 쓴맛성분이 강하다. 쓴맛성분은 식물성 생리활성물질 중의 하나로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썩지 않게 하면서 인체에는 항산화작용을 하는 성분이다. 독성 때문이 아니라 싹이 나야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쓴맛성분이 몰려 있는 것이다. 씨앗의 씨눈부위에 항산화성분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노두 한두 개를 먹는다고 해서 무작정 토하는 것도 아니다. 본초강목의 처방례를 보면 반량(半兩), 즉 18.75g 정도를 한꺼번에 달여 마시게 했다. 쓴맛성분을 과량 투여해 토하게 하는 것이다. 노두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린 노두무게는 대략 1g이 채 안 돼 이는 인삼 노두를 약 20개 정도 한꺼번에 복용하는 양이라고 볼 수 있다. 인삼 한 뿌리에는 노두 한 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인삼 20뿌리의 노두를 모은 것이다.

문헌에는 노두를 많이 먹으면 토한다고 했지만 노두에 독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문헌은 없다. 본초강목에서는 ‘노두는 맛이 쓰고 기운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라고 했다. 실제로 노두에는 독성이 없다. 인삼 몸체가 온전히 몸을 보하는 성질이 있다면 노두는 몸을 보하면서 약간 기운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쓴맛성분이 강할 뿐이다. 인삼 노두는 마치 도라지의 쓴맛 기운과 닮았다.

인삼 노두의 쓴맛성분은 독성분이 아닌 대부분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의 맛이다. 사포닌은 고등식물이 자신을 외부해충으로부터 보호하고 미생물에 의해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방어작용으로 만들어낸 성분이다. 따라서 대부분 독한 쓴맛을 낸다. 만일 노두에 독성이 있다면 인삼의 독성 정도와 다를 바 없다.

인삼 노두를 적정용량 사용했다면 구토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는 개, 고양이 등의 동물실험과 인체 임상실험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인체 실험에서는 노두 섭취 후 효과와 인삼 섭취 후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게다가 노두는 인삼 몸통보다 사포닌함량이 더 많다. 정유성분 또한 몸통에 비해 3배나 많다. 그만큼 노두에서 나는 인삼 특유의 향도 강하다. 인삼의 사포닌은 뿌리, 껍질에도 많이 들어있다. 즉 머리부터 뿌리까지 어디 하나 버릴 이유가 없다. 노두를 잘 말려뒀다 한번에 3~4개 정도 차처럼 끓여 마셔 보자. 어쩌면 인삼을 먹는 것보다 낫다. 인삼 노두는 그렇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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