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다크서클은 더 이상 ‘과로’의 훈장이 아니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다크서클은 더 이상 ‘과로’의 훈장이 아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12.19 0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다크서클로 유명한 한 개그맨이 판다곰 복장을 한 광고가 나왔다. 항상 피곤해 보이고 어디 아픈 사람처럼 회자됐는데 전화위복이 따로 없다. 다크서클은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지만 건강과 전혀 무관하기도 하다. 특히 피로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다.

다크서클은 피로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과로 후 주변에서 흔히 ‘다크서클이 발까지 내려왔네’ 또는 ‘다크서클로 줄넘기를 하겠네’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다. 사실 여성의 경우 생리 중이거나 추운 날씨, 과로 후 다크서클이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원래 있었던 다크서클이 일시적으로 심하게 보일 뿐이다. 과로 등은 악화요인이 될지라도 원인은 아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건강과 전혀 상관없는 다크서클도 있다. 바로 색소침착이다. 판다 눈을 닮은 개그맨도 건강상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경우는 특별한 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멜라닌 색소의 과도한 침착 때문으로 얼굴의 다른 부위에 비해 유독 안구 주위에 색소침착이 심한 것이다. 걱정스러운 인사는 받을지언정 단지 심미적인 문제일 뿐이다.

가장 잘 알려진 다크서클 원인은 바로 알레르기다. 비염이나 천식은 특징적으로 다크서클이 나타난다. 아토피피부염도 상대적으로 피부가 얇은 눈 주위에 흔히 나타나 다크서클이 더욱 심하게 보인다.

알레르기에 의한 다크서클은 ‘알레르기 샤이너(allergic shiner)’라고 부른다. 샤이너는 ‘눈 멍’이란 의미다. 특히 비염을 앓고 있는 경우 코점막이 충혈되면서 정맥혈액이 눈 주위로 심하게 몰려 눈 아래가 어둡게 보인다.

다크서클이 얼굴 중 눈 아래에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눈 아래 피부가 다른 부위보다 얇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얇은 것은 입술이지만 완벽한 피부라기보다는 점막의 성질을 띠고 있어 입술을 제외한다면 위아래 눈꺼풀 피부가 가장 얇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피부두께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얇기 때문에 다크서클은 여성들에게 더 잘 나타난다.

다크서클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비교적 흔하다. 알레르기질환이 아닐지라도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에게 쉽게 관찰된다. 평소 밥을 잘 안 먹고 소화불량, 배탈 등이 자주 나타나는 아이들은 얼굴이 창백하고 전형적인 검붉은색 다크서클이 관찰된다. 손발이 찬 경우도 많다.

한의학에서도 췌장과 위장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담음증(痰飮症)이 생기는데 이 증상은 반드시 외부로 나타나 ‘눈 아래에 연회흑색(烟灰黑色)’이 보인다고 했다. 바로 위에서 말한 소화기장애를 동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어린 아이들보다 드물기는 하지만 어른들도 같은 원인으로 다크서클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치료에 의해 비교적 쉽게 개선되는 다크서클이다.

다크서클은 알레르기나 위장장애 외에도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에 의해 생기기도 하고 철결핍성 빈혈로 인한 산소결핍으로 혈액이 어둡게 보일 때 또는 저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얼굴이 창백하고 다크서클도 심하다. 또 나이가 들수록 눈 아래 피부가 더욱 얇아지고 투명해져 어두운 색이 도드라진다. 냉증과 말초미세순환장애도 다크서클의 원인이자 악화요인이다.

다크서클은 유전되기도 한다. 다크서클 자체가 유전된다기보다는 부모의 알레르기 체질, 체질적으로 하얗고 얇은 피부, 창백한 얼굴, 위장장애 등 신체적인 컨디션이 유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다크서클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자녀들에게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국소크림이나 시술도 다크서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의 몸에 있기 때문에 나뭇가지 치기와 함께 뿌리를 다스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원인을 제거해 몸을 바꾸는 노력은 어두운 눈 밑 터널을 빠져 나오는 건강한 첩경이 될 수 있다. 다크서클은 더 이상 과로만 탓할 것이 아니다. 다크서클은 내 몸 탓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