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유독 한쪽 신발끈만 잘 풀리는 이유는 뭘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유독 한쪽 신발끈만 잘 풀리는 이유는 뭘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12.26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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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NS를 통해 이상하게 한쪽 신발끈만 잘 풀린다는 글을 읽었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운동화끈을 단단히 묶었는데 어느새 저절로 풀려있는 것을 종종 경험하곤 한다. 좌우가 불규칙적으로 풀리거나 유독 한쪽 신발끈만 풀리기도 한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신발끈이 저절로 풀린다면 당연히 단단하게 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발끈을 풀리지 않게 묶기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수년 전에는 유명한 TED 강연주제로 ‘신발끈 묶는 방법(How to tie your shoes)’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방법에 따라 신발끈을 오래 풀리지 않게 꽉 묶을 순 있다. 마라톤선수나 축구선수의 신발끈은 어느 누구보다 단단하게 묶여야 할 것이다. 잘 풀리지 않는 매듭법은 신발끈 외에도 어부들의 그물코나 낚시줄을 묶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암벽 자일을 묶는 데 적용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안 풀리는 매듭은 생존과도 직결된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매듭에는 수학과 과학, 더 나아가 구조공학도 숨어있다. 매듭에 가해지는 힘의 양과 각도에 따라 마찰력과 타이트함은 달라진다. 게다가 과학자들은 DNA의 꼬인 나선형 구조를 풀기 위해 매듭의 꼬임과 풀림의 원리를 접목시켰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단하게 맸다고 생각했던 신발끈이 왜 저절로 풀리는 걸까.  미국 UC버클리대의 기계공학 연구진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논문까지 발표했다. 연구진은 고속카메라를 이용해 발이 움직일 때마다 신발끈에 어떤 힘이 가해지는지 관찰했다. 신발끈 매듭은 우리가 발로 땅을 박차오를 때마다 중력의 7배가 넘는 힘을 받고 그때마다 조금씩 느슨해졌다. 바로 ‘진동’ 때문이다.

여기에는 ‘관성의 법칙’도 적용된다. 신발끈은 앞뒤로 흔들리는 발의 운동방향이 반대로 바뀔 때마다 관성에 의해 계속 운동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금씩 당겨진다. 이때 매듭은 조이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느슨해지기도 한다. 연구진들은 연구결과 ‘늦게 풀리는 경우는 있어도 결코 안 풀리는 신발끈은 없다’는 결론을 냈다.

해당 연구에서 어느 쪽 신발끈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의깊게 관찰해보면 신발끈은 항상 한쪽만 풀린다. 이유가 뭘까.

우선 신발끈이 풀리는 한쪽 발에 더 많은 힘이 가해지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걸음걸이 문제일 수도 있고 골반이 약간 뒤틀린 경우 다리 길이에 차이가 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신발 뒷굽을 살폈을 때 더 많이 닳아 있는 쪽 다리가 더 짧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오른쪽 신발끈이 더 잘 풀린다. 아마도 왼발잡이보다 오른발잡이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오른발잡이는 오른발에 운동량이 더 많을 테고 결과적으로 오른쪽 신발끈에 원심력이나 관성 등이 집중된다.

신발끈 매듭이 한 방향으로만 묶여 있다면 한쪽은 점점 강해지고 한쪽은 점차 느슨해질 수 있다. 만일 양쪽 발의 운동량이 같고 힘의 방향도 비슷하다면 양쪽 신발끈을 거울 이미지처럼 대칭으로 묶어보자. 한쪽 신발끈만 풀리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쪽 신발을 거꾸로 놓고 매듭을 만들면 대칭으로 묶을 수 있다.

저절로 풀리는 신발끈은 마치 우리의 인생사와도 닮았다.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도 있지만 간혹 저절로 풀리기도 하니 기다려볼 만도 하다. 반대로 더욱 단단해지기를 원한다면 풀리기 전에 한 번씩 다시 묶어줘야 할 것이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신발끈은 없기 때문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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