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신부전, 어떤 검사로 진단할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신부전, 어떤 검사로 진단할까?
  • 서상혁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12.27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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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개가 신부전에 걸려 치료받고 있어요. 우리 개도 신부전이 걱정돼 검진받고 싶습니다.”

최근 동물병원에 방문한 어느 보호자의 요청이다. 보호자의 반려견은 7살 된 코카스파니엘 수컷이었고 별다른 특이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보호자는 신부전에 대해 공부하고 왔는지 혈액요소질소와 크레아티닌, 뇨비중 검사를 먼저 요청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요즘, 확실히 보호자들도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서상혁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오늘은 동물병원에서 신부전 진단을 위해 실시하는 검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① 혈액요소질소와 크레아티닌 수치 검사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범위 이상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 신장기능이 저하됐다는 의미다. 크레아티닌은 신장기능을 판별하는 척도로 활용되는 근육유래물질로 신장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못하면 크레아티닌의 혈중 농도가 높아진다.

신부전이 진행되면 혈액요소질소 수치도 상승한다. 경우에 따라 크레아티닌 수치는 정상인데 혈액요소질소 수치만 계속 상승할 때도 있다. 이때는 신장의 이상보다 위장관의 만성적인 출혈,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관류저하, 심장병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② SDMA 수치 검사

SDMA(Symmetric DiMethylArginine)는 단백질 분해과정에서 생성되는 효소를 말한다. 이 수치는 크레아티닌 수치보다 더 민감한 지표다. 크레아티닌 수치의 상승은 이미 신부전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뜻하지만 SDMA 수치는 신부전으로 진행되기 전에 좀 더 일찍 신장기능이 저하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③ 뇨비중 검사

신부전으로 인해 소변의 농축기능이 떨어지면 뇨비중이 감소한다. 신부전이 이미 진행됐다면 크레아티닌 수치가 상승되기 이전에 뇨비중이 감소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뇨비중 검사 역시 크레아티닌 수치 검사보다 더 일찍 신부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뇨비중 수치는 반려동물의 탈수여부, 음수량, 식습관 등에 의해 변할 수 있어 크레아티닌 수치 검사보다 민감한 검사라고는 할 수 없다.

④ 단백뇨 검사

단백뇨는 신부전을 진단하는 검사라기보다 신부전의 위험성과 경중을 판단하는 검사다. 신부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단백뇨가 검출되기 때문에 단백뇨가 발생하고 있다면 예후가 좋지 않다. 한편 신부전의 치료반응을 볼 때는 단백뇨의 변화를 통해 신장을 관리한다.

⑤ 영상검사

방사선 검사를 통해 신장의 크기, 신장 내 결석 유무를 알 수 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는 신장의 구조적 변화와 실질의 다양한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다섯가지 검사 모두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신부전을 진단하는 민감도도 다르며 신장질환의 진행정도에 따라 우선적으로 추천되는 검사도 차이가 있다. 물론 모든 검사를 진행하면 좋겠지만 반려동물에 따라 꼭 필요한 검사를 다양한 조합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서두에 언급한 반려견의 경우 보호자가 검사비용에 부담을 느껴 모든 검사를 다 진행할 순 없었다. 필자는 반려견의 나이를 고려해 SDMA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우선 추천했다. 아직 완전한 노령이 아니고 임상증상이 없기 때문에 신장기능이 저하됐더라도 신부전 발생 가능성은 적었다. 따라서 신부전 발생단계에서 시행하는 검사들은 배제했다.

검사결과 SDMA 수치는 정상이었고 초음파 검사에서 우측 신장의 절반이 낭성구조물로 변화했음을 확인했다. 우측 신장기능이 정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혈관에 조영제를 투여해 배설기능을 확인했더니 다행히도 신장기능은 아직 정상이었다.

하지만 낭성구조물이 매우 커서 수술을 결정했다. 반려동물은 수술 후 특별한 이상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만일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신장변화를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고 점차 신장의 낭성구조물이 커져 실질조직이 소실됐을 것이다. 이후 신장의 압박이 가중돼 시간이 지나면 아예 우측 신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진행됐을 것이다.

신부전은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안타깝게도 단순히 하나의 병으로 인식되곤 한다. 신부전은 위 사례처럼 신장에 어떠한 질병이 진행돼(신장낭종, 신장종양, 신우신염, 수신증 등) 최종적으로 신장이 망가졌다는 ‘결과’다. 신장 이외의 다른 질환이나 지속적인 약물 투약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혈액검사에 포함되는 혈액요소질소, 크레아티닌 검사결과만으로 반려동물의 신장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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