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수의사로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속내 아시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수의사로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속내 아시나요?
  • 양승화 24시 일산 닥터독 동물병원 대표원장
  • 승인 2018.01.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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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수의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반려동물로 흔한 개,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진찰하는 소동물 의사다. 수의사는 동물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의료인 치고(?) 큰 관심을 못 받는 것 같다. 24시간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응급질환을 자주 다루다 보니 진료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는 기본이다. 다른 동물병원과의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양승화 24시 일산 닥터독 동물병원 대표원장

필자도 다른 보호자들처럼 힘들고 지칠 때면 직접 키우고 있는 반려견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말썽 피울 때도 많고 목욕시킬 때는 번거롭기도 하지만 이는 반려견에게 받는 위안으로 다 보상된다. 오늘은 수의사이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글을 풀어보려 한다.

지금까지 필자에게는 많은 반려견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동물병원에 데려갔던 도베르만 ‘실도’, 하굣길에 길가에서 발견해 집으로 데려온 유기견 진돗개 ‘흰순이’, 중학생 때 집에서 키웠던 치와와 ‘땅콩이’ 등. 학창시절 반려견과 보낸 시간이 또래보다 무척 많았다. 필자가 수의사의 길을 택한 것 역시 유년시절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을 운영한 이후에도 수많은 반려견을 입양했다. 주로 유기견이었다. 유기견을 좋은 보호자에게 입양시키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맺어진 인연 중에서 시츄인 ‘열매’와 잉글리쉬 불독인 ‘효돌이’에게는 유독 애정이 많이 갔다.

둘은 덩치 차이가 크지만 부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이가 끈끈했다. 열매는 유기견 출신이지만 도도함은 필자가 키운 모든 반려견을 통틀어 최고였다. 필자가 입을 맞추려 하면 밀고 당기기를 수십 차례 거쳐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단 열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음식 앞에서 이성을 잃고 마는 것이었다. 다소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론 유기견 시절의 성향이 녹아 있는 것이라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효돌이는 몸무게가 30kg 가까이 육박하는 대형견이었다. 덩치답게 밥 먹는 양과 변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효돌이의 행동에는 병원 식구들을 항상 웃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효돌이는 선천적으로 구개열개손증이 있어 생후 40일 만에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태어나서 어미젖을 한 번도 못 먹었기에 다 커서도 장난감으로 젖을 빠는 행동을 했다. 이런 가여운 모습에 필자는 종종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반려견에 대한 수의사의 감정은 보통의 보호자와 차이가 없다. 수의사가 키워서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그저 선입견일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수의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더욱 진정성 있게 진료할 것이라는 점이다. 수의사는 보호자와 더욱 교감하며 반려동물을 치료함으로써 사람의 마음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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