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저지르고 술 탓 … 살인범죄자 45.3% 주취상태
범죄 저지르고 술 탓 … 살인범죄자 45.3% 주취상태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8.01.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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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에 발생한 총 948건의 살인범죄로 검거된 범죄자의 45.3%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술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범죄자들이 많다. 이들의 단골멘트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최근 경남 창원에서 6세 이웃집 유치원생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50대 회사원 A씨도 ‘술탓’을 했다. 2008년 8살 여아를 강간상해한 조두순이 얼마 전 ‘술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나는 결백하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끔찍한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며 이럴 때마다 술 뒤로 숨는 범죄자들이 늘며 주취범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게시판에는 주취범죄를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는 반면 법조계는 여전히 주취감경 폐지에 신중한 입장이다.

대검찰청 2017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는 총 948건의 살인범죄가 발생했으며 검거된 살인범죄자의 45.3%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 특히 범행 당시 남성의 49.4%, 여성의 18.4%가 주취 상태로 남성범죄자가 여성범죄자에 비해 주취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가 훨씬 많았다.

2008년 여아를 강간상해한 조두순, 2010년 부산 여중생을 납치해 살해한 김길태, 학교에 침입해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성폭행한 김수철, 2011년 2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을 시도하려다가 생각대로 되지 않자 살해한 오원춘 등 잔혹한 범죄사건 가해자는 전부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과도한 음주가 가정폭력을 포함한 주취범죄의 주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며 “알코올 섭취는 공격성을 높일 수 있는데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주요 흉악범죄 가해자들도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술을 마시면 알코올에 의해 뇌의 자제능력이 무뎌지면서 억눌렸던 분노가 표출되기 쉽다”며 “특히 알코올이 중추신경계의 통제 기능을 억제하면서 흥분이나 공격성, 충동성 등의 행동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음주는 기억력, 충동조절능력, 도덕성, 이성적인판단 등과 관계가 깊은 전두엽을 손상시킨다. 특히 가해자가 알코올 중독자라면 일반인에 비해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누구나 술을 마시면 전두엽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지만,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전두엽의 기능 자체가 정상인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석산 원장은 “음주와 폭력이나 상해, 강간, 살인 등 범죄 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술김에 실수했다거나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범죄의 이유를 ‘술’로 핑계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늘고 있는 주취범죄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이를 음주와 범죄로 각각 나눠 바라보는 것”이라며 “주취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보다 엄격한 처벌을 하는 것만큼이나 법적 체계를 통한 강력한 단주교육과 치료가 동반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술과 범죄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을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술만 마시지 않으면 괜찮은 사람인데’라며 술을 마셨을 때와 마시지 않았을 때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시각은 알코올중독 치료를 지연시키고 주취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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