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오래가는 얼굴 베개자국은 노화의 징조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오래가는 얼굴 베개자국은 노화의 징조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1.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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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침을 놓는데 환자의 뺨에 베개자국이 있었다. 오전 10시가 넘었던 때니 아마 늦잠을 주무셨거나 나이 들면서 베개자국이 없어지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베개자국이 보이면 상대방에게 불쑥 말하기도 그렇고 보는 사람도 민망스러울 때가 많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자세로 오래 자면 베개자국이 생긴다. 보통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 잘 때 많이 생긴다. 어린 아이나 성인의 건강한 피부에서는 베개자국이 바로 없어지거나 그리 오래지 않아 사라진다. 문제는 나이 먹을수록 베개자국은 마치 찰흙에 새겨놓은 무늬처럼 사라지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의 3개 층으로 이뤄졌다. 특히 진피층에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모여 있어 탄력을 유지한다. 건물에 비유하자면 콜라겐은 형태를 이루는 구조물이며 엘라스틴은 구조물들 사이를 묶어주는 단단한 줄이다. 두 가지 모두 피부탄력에 있어 없어선 안 되는 성분이다.

베개자국이 나타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피부탄력 저하다. 나이 들수록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줄기도 하지만 간혹 단백질이 부족해도 줄어들 수 있다. 머리카락이 푸석거리고 손톱까지 잘 부러진다면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자신의 피부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손등을 집어 들어올렸다가 놓아보자. 건강한 피부는 ‘즉시’ 원상회복된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피부탄력이 떨어졌거나 탈수가 심한 경우 수초 동안 ‘서서히’ 회복되거나 심지어 회복되는 데 1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베개자국의 또 다른 원인은 부종이다. 자는 동안 얼굴이 붓는 경우에도 베개자국이 잘 나타난다. 마치 다리가 많이 붓는 경우 양말자국이 잘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장질환 환자도 정강이 피부를 눌러보면 밀가루 반죽처럼 움푹 들어갔다 머물러 있기도 하고 서서히 회복되기도 한다. 단순 부종에 의한 베개자국은 활동하면 중력의 영향으로 얼굴 부기가 금방 빠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없어진다.

일반적인 베개자국은 움푹 파인 모양이다. 하지만 간혹 베게자국이 볼록하게 부푼 경우가 있다. 이는 두드러기의 일종인 피부묘기증일 가능성이 있다. 피부묘기증은 피부에 묘사를 하고 글씨를 쓸 수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병명이다. 피부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면 그대로 부어오르기 때문에 성냥개비로 글씨를 쓰면 긁은 자국만 부어오른다.

베개자국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간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온찜질과 냉찜질을 반복하면 좋다. 따뜻하게 만든 수건과 차갑게 만든 수건을 번갈아가며 수분간 대주는 것이다. 온찜질은 이완작용을, 냉찜질은 수축작용을 한다. 이렇게 상반되는 물리적인 자극이 반복되면 베개자국이 서서히 없어진다. 온찜질을 먼저 시작한 후 냉찜질로 마무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장년층 가운데 베개자국이 잘 생기고 심지어 오래간다면 수분보충에 힘쓰고 단백질 섭취량도 늘릴 필요가 있다. 자기 전 피부탄력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수 등 무늬가 있는 베개포보다 부드러운 면이나 실크로 된 베개포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베개자국은 노화의 징조일 수 있다. 하루종일 없어지지 않는 베개자국에 두문불출하며 한탄할 것이 아니라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신경써야 한다. 늙어가는 시간을 늦춘다면 베개자국도 되돌릴 수 있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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