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치매로 인한 치아건강 악화···악순환 고리 끊어야
[특별기고] 치매로 인한 치아건강 악화···악순환 고리 끊어야
  • 글·김영만 치매 구강건강정책 TF 위원장
  • 승인 2018.01.17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아검사 후 환자에게 어금니를 빼야한다고 설명하자 대뜸 “어금니를 빼면 치매에 걸린다는데 안 뺄 수는 없나요?”라고 질문했다. “어금니를 뺀 후 다시 해 넣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덧붙이고서야 이를 뺄 수 있었다.

김영만 치매 구강건강정책 TF 위원장

국민들이 치매에 미치는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이마늠이나 널리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치매구강정책TF위원장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

문재인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치매국가책임제의 닻이 올랐다. 치매관리체계 구축과 국가치매극복 기술개발을 위해 연간 24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고 전국 252개 보건소는 각각의 실정에 맞춰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이나 한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30년이면 16조48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치매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감당해야할 중요한 문제다. 물론 가장 중요한 해법은 현장에서 나올 것이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 박미애 부센터장은 치매환자를 방문하다보면 제일 먼저 건네는 말이 “식사는 잘 하셨어요?”라고 묻는 것이라고 한다. 잘 먹는 것이야말로 치매환자의 건강유지에 있어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에게 구강건강관리가 필수이자 치과계의 역할이 국가정책에 세밀히 녹아들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선에서 운영되고 있는 치매안심센터나 노인정신건강센터에는 치매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구강건강관리교육을 위한 기초자료가 부족할 뿐 아니라 교육프로그램도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 같은 치과 전문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일선관리자들은 환자의 구강건강관리가 절실하다고 체감하고 있지만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지역에 거주하는 경증도의 어르신들은 치매가 진행될수록 구강위생이 저하되고 구강질환은 늘어나며 치과이용횟수도 감소한다. 이는 구강통증과 불편함, 잘 맞지 않는 틀니를 유발해 식습관을 악화시키고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게다가 손상된 외모로 인해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고 치매증상이 악화되는 등 악순환의 반복이다.

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매국가책임제 추진에 따른 구강보건분야 정책·사업을 정부에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치매진단 후 즉시 치매와 관련된 구강보건 및 치과의료정보를 제공, 치매와 구강건강의 악순환구조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치매안심형 시설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매환자의 치과문턱을 낮추기 위해 본인부담률을 10% 정도로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향후 치매안심센터에 전담 치과의료인력을 배치를 의무화하고 구강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기초사업계획이 수립돼야한다. 현재 타액을 이용한 치매 조기진단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치매관련 구강보건분야 R&D도 활성화돼야할 것이다.

치과의료계가 치매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구성원으로 국민의 구강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전문가로서 해야 할 당연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동안 꾸준히 구강건강이 전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고 구강건강과 치매의 연관성을 다각도로 입증해왔다. 앞으로도 구강보건분야 전문가로서 정부와 여러 의료단체 및 전문가들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국가치매책임제의 성공과 안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