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한 뇌 속 든든한 안내자, ‘뇌 내시경용 형광시스템’ 나왔다
컴컴한 뇌 속 든든한 안내자, ‘뇌 내시경용 형광시스템’ 나왔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8.01.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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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물질’ 이용해 수술 중 혈액흐름 바로 확인 가능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겨울철에는 혈압변화가 커지면서 다양한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예고 없는 습격을 가하는데 ‘뇌동맥류’ 역시 그중 하나다.

뇌혈관은 다른 혈관에 비해 근육층이 얇고 결함이 잘 생긴다. 혈관벽이 약해지면 꽈리모양처럼 서서히 부풀기도 하는데 이를 뇌동맥류라고 한다. 만일 부푼 동맥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뇌혈관이 막히면(뇌동맥류 파열) 생명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혈관이 터지기 전까진 별다른 증상이 없어 뇌동맥류는 빠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왼쪽부터) 신경외과 조원상 교수·비뇨기과 오승준 교수.

뇌동맥류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치료법은 ‘뇌동맥류 결찰수술’. 이는 부푼 뇌혈관을 작은 클립으로 묶거나 조이는 방법으로 최근에는 두개골을 모두 열지 않고 열쇠구멍 크기 정도로 최소한만 여는 ‘키홀접근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출혈이 적어 수술시간이 절반 이상으로 단축되고 흉터도 줄일 수 있어 미용적으로도 우수하다.

하지만 여는 부위가 작다 보니 의료진의 숙련된 노하우와 이를 뒷받침해줄 장치들이 필요한데 최근  뇌동맥류 수술을 돕는 효과적인 시스템이 개발됐다.

뇌동맥류 수술 시 내시경화면(왼쪽)과 형광시스템을 적용한 화면(오른쪽).

서울대병원 조원상(신경외과)·오승준(비뇨기과) 교수팀은 최근 병원 출자회사 인더스마트와 함께 ‘뇌 내시경용 특수 형광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내시경용 형광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독일과 일본 다음이지만 ‘뇌 내시경용’으로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우선 내시경은 수술현미경으로 확인이 어려운 구조물을 볼 수 있도록 빛과 시야를 확보하는 역할을, 형광시스템은 혈액에 주입한 형광물질을 특수 필터를 통해 관찰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형광시스템을 이용하면 결찰술 이후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관 겉모습만 볼 수 있는 기존 내시경과 달리 중요 미세혈관상태를 관찰하거나 혈관 내부의 혈액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내시경화면과 형광필터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일반 내시경카메라와 비슷한 크기에 형광기능까지 추가돼 디자인 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를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신경외과 조원상 교수는 “개발된 형광시스템을 이용하면 뇌동맥류 수술을 보다 정밀히 할 수 있어 향후 환자들의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궁극적으로는 뇌수술용 로봇 개발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형광시스템 유용성과 관련된 연구결과는 지난해 ‘세계 신경외과학(world neurosurgery)’ 저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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