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의료원, 스포츠센터 시장 진출 ‘물거품’
동국대의료원, 스포츠센터 시장 진출 ‘물거품’
  • 김치중 기자
  • 승인 2013.06.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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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사업 자신한 목동 연센터서 8개월 만에 철수

미래형 복합건강서비스센터 개척의 꿈이 단 8개월 만에 대학병원과 신생기업이 합작한 무리수에 그칠 위기에 봉착했다. 위기의 주인공은 동국대의료원과 스포츠앤스파코리아(이하 스파코리아).
 
본지는 지난해 9월 이들이 제휴해 문을 연 ‘목동 라이프센터 연(이하 연센터)’ 개소에 앞서 사업정체성, 책임소재 여부, 사업진행 검토 미비 등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연 센터는 지난해 10월 중순 문을 열었다.

출입통로가 봉쇄된 연센터 엘리베이터. 현재 연센터는 잠정휴업 중이다.

내부인테리어 공사비 20억 미납…단전·지분공영비도 체납 

현재 목동트윈빌에 소재한 연센터는 잠정 휴업 중이다. 연센터 측은 센터 출입 엘리베이터 앞에 ‘사우나 장애인 엘리베이터 및 시설 소방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보수가 지연되고 있어 사우나 허가 이후 정상영업을 하도록 결정했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하지만 연센터는 지난달 28일 전기공급이 정지돼 일체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연센터 측의 안내문 옆에 게재된 한국전력공사 강서지사의 ‘전기공급정지 알림’ 공문에는 고객 책임으로 인해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한다고 명기돼 있다. 연센터가 한전에 지급해야 할 전기요금 미납액은 4천1백여만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연센터는 목동트윈빌 관리사무소에 지급해야할 지분공영비(관리비) 2억원도 체납 중이다. 목동트윈빌 방계옥 관리소장은 “관리소에서는 미납 중인 지분공영비 2억원에 대한 소송을 신청했다”라고 말했다.
 
또 관리소 측은 “연센터에서 사우나 장애인 엘리베이터 및 시설 소방공사 등 시설보수 지연을 말하고 있지만 장애인 엘리베이터 시설이 갖춰져 있다”며 “지난해 10월 연센터를 개원 당시 내부공사를 하면서 장애인 엘리베이터 시설을 활용할 수 없도록 차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엘리베이터 등 시설보수 지연이 휴업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다.
 
회원들 “동국대의료원 운영소문 자자” 비판 

기자가 6월 3일 오후 연센터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단전으로 인해 낮임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밤처럼 어두웠다. 개인 물품을 찾아가는 회원들과 연센터 내부시설 공사를 진행했던 업체 관계자 2~3명이 센터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내부시설 공사비 2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 행사를 위해 센터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가족 4명이 600만원(1인당 150만원)을 들여 연센터 연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오모 씨는 “지난해 연센터가 개원했을 때 동국대의료원이 운영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같은 장소에서 2번이나 스포츠센터가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연센터가 동국대의료원을 앞세웠기 때문”이라며 동국대의료원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연센터 회원권을 구입한 사람이 400명 정도로 알고 있다”며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과 관련 동국대의료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국대의료원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동국대의료원장 이진호 원장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우리도 그쪽(스파코리아)을 믿고 연센터에 들어갔지만 회원을 모아주지 않아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항변했다.
 
의료원장 “우리도 피해자…투자에는 위험 따라” 

이 원장은 “우선 중요장비는 철수시켰고 나머지 비품도 회수하기 위해 행정직원 1명을 연센터에 상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 “회원권을 구입한 이들처럼 의료원도 연센터에 투자를 한 것”이라며 “투자에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회원들보다 몇 십 배 손해를 입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스파코리아가 아닌 동국대의료원을 믿고 연센터를 이용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이 원장은 “동국대의료원이 연센터를 운영한 것도 아니고 우리도 그들을 믿고 투자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동국대의료원도 피해자인 만큼 손실보상에 나설 것”이라고 연센터 파행과 관련 동국대의료원의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동국대의료원은 연센터 개원 전 재단 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휘트니스 및 스파전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목동분원을 운영하겠다”고 명시했다. 스파코리아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원 전부터 동국대의료원은 스파코리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재단이사회에 보고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국대의료원은 4억3천만원을 연센터 사업예산으로 산정했다. 스파코리아의 사업예산은 95억원이다. 동국대의료원 안팎에서는 동국대의료원이 연센터로 인해 입은 손실이 약 8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료원장은 “동국대의료원의 손실이 얼마나 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우리 피해액을 물어줄 것도 아니면서 그런 것을 왜 묻나”라고 일축했다.
 
“고객들이 스파코리아를 보고 연센터에 오겠는가. 동국대의료원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올 것이다. 이 사업에 있어 동국대의료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했다.” 개원 전 기자와 인터뷰를 했던 스파코리아 전 대표의 답변이다.
 
또 그는 당시 “서울대병원, 연세대의료원, 삼성의료원 등에 연센터 제휴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동국대의료원만이 이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함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동국대의료원이 연센터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연센터 개원을 책임졌던 스파코리아 전 대표는 지난달 2일 필로폰 상습투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로 4월 30일 경찰수사를 받게 되자 스파코리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자취를 감췄다. 그는 자신의 자택과 연센터 등에서 필로폰을 생수에 섞어 1회용 주사기로 수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예상보다 진료수익이 많이 발생해 큰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 됐다.” 연센터 현장에서 만난 동국대의료원 직원의 체념어린 말이다. 정말 동국대의료원은 연센터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징후를 눈치 채지 못했을까.
 
개원 전 동국대의료원 소속 직원이 비상근감사로 일을 했고 관리사무소에 미납된 지분공영비만 2억원에 달하며 지난달 28일 한전으로부터 단전조치가 내려졌지만 의료원은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여기에 단전 후 스파코리아 직원들이 철수를 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피해자”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질병예방, 건강관리, 미용, 성형, 비만 등으로 다양화된 의료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한방병원과 일부병원 진료과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며 목동에 도전장을 낸 동국대의료원의 8개월간의 도전은 결국 의료원 이미지 추락과 투자손실만을 남긴 채 마감해야할 위기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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