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머리가 무거우면 목디스크에 잘 걸릴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머리가 무거우면 목디스크에 잘 걸릴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1.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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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머리 크기는 모두 다르다. 머리가 크면 당연히 더 무거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머리가 크거나 무거우면 목디스크에 잘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정말 머리무게는 목디스크에 영향을 미칠까.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머리무게는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 일반적으로 머리카락을 제거한 상태에서 잰 경추 3번이상의 무게를 머리무게라고 말한다. 성인의 경우 보통 4.5~5kg 정도 나가는데 체중의 약 7~8%에 해당한다. 쉽게 말하면 10~11파운드짜리 볼링공 무게다. 볼링을 쳐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것이다.

이렇게 무거운 머리를 이고 살다 보면 당연히 목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머리가 무겁다는 것을 평소 잘 느끼지 못한다. 바로 목이 구조 역학적으로 머리를 잘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구조 역학적으로 힘이 분산되고 스프링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평소에 머리를 똑바로 들고 있으면 그렇게 무겁다는 것을 못 느낀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면 숙일수록 목에는 엄청난 하중이 걸린다.

목뼈는 모두 7개인데 그 중 첫 번째 목뼈를 영어로 ‘아틀라스(atlas)’라고 부른다. 아틀라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지구를 떠받드는 신의 이름이다. 첫 번째 목뼈는 목뼈 중에서도 가장 위에서 머리를 떠받들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묵묵히 일만 하는 경우를 ‘아틀라스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어쩌면 목이야말로 진정한 아틀라스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명 ‘목 아틀라스증후군’인 셈이다.

한 의학잡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상적인 경우 고개를 들고 있을 때의 머리무게는 4.5~5.5㎏ 정도로 느껴지지만 고개를 30도 정도 기울이면 4배 증가해 약 18㎏, 60도 정도 앞으로 기울이면 27㎏의 무게로 느껴진다. 고개를 숙이면 숙일수록 하중은 몇 배로 증가한다. 이러한 각도는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볼 때 흔히 경험한다. 당연히 목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자세는 과거에도 조상들을 괴롭혔다. 평민들은 새끼줄 꼬기나 삯바느질할 때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했다. 선비들도 하루종일 고개를 숙이고 사서삼경을 읽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항강(項强)’이라고 해서 뒷목과 어깨근육이 뭉치고 강직되는 증상이 흔했다.

수면자세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은 ‘낙침(落枕)’이라고 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뻣뻣하고 안 돌아가는 증상인데 베개에서 떨어져서 생겼다는 재미있는 이름이다.

간혹 머리무게 때문에 팔이 마비되기도 한다. 가령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밤새도록 팔베개를 해주면 무거운 머리가 팔의 요골신경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저리거나 마비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토요일 밤의 마비(Saturday night palsy)’ 또는 ‘허니문 마비(Honeymoon palsy)’라고 한다. 깊은 잠에 빠져서 팔의 마비를 느끼지 못한 경우 압박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깨어 있다면 자세를 바꾸든지 “아~ 팔 저려!”라고 말하자.

머리크기나 무게에 따라 목 주위의 인대나 근육 발달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더 크고 무겁다면 더 단단한 구조물로 지탱하고 있을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불량한 자세 등 경우에 따라 목과 어깨 주위 조직에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목 주위 근육뭉침과 통증이지만 2차적으로 두통이나 요통도 나타난다. 만성적으로 일자목이나 거북목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고 목뼈 추간판의 이탈로 목디스크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리가 크고 무겁다고 해서 반드시 목과 어깨에 탈이 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머리무게보다 평소 자세가 올바른지,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의 목은 머리를 충분하게 잘 떠받들면서 평생 건강하게 살아갈 만큼 강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어깨를 한번 뒤로 재껴보고 목도 한번 돌려주자. 목디스크는 머리가 무겁다고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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