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해로운 의료폐기물, 이로운 인체자원으로 활용가능
[특별기고] 해로운 의료폐기물, 이로운 인체자원으로 활용가능
  • 김동철 서울의과학연구소 병리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2.05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처리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인체 감염이나 전염병 전파 등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폐기물을 이로운 인체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의료폐기물은 보건·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인체조직 등 적출물, 실험동물의 사체 등 보건·환경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기물을 아우른다. 즉 의료폐기물에는 암덩어리뿐 아니라 혈액, 고름, 혈액 등이 묻어 있는 붕대·거즈·주사 바늘·1회용 고무장갑 등이 전부 포함된다.

의료폐기물을 엄격하게 다루는 것은 무엇보다 인체에 위험할 수 있어서다. 인간의 몸에서 떼어낸 조직이나 혈액은 암 포함 여부를 떠나 각종 유해 미생물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암 같은 중증질환을 앓던 환자들은 대체로 면역체계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각종 감염질환을 함게 앓고 있을 확률이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의료폐기물은 허가받은 전문 폐기업자가 전량 수거해서 전용 폐기시설에서 소각하거나, 멸균·분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형 의료기관은 자체적인 소각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해당 시설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다루기 까다롭고 귀찮아 보이는 의료폐기물이지만 이 중 일부는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인류의 보물이기도 하다. 최근 유전자 정보의 분석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싸고 간단해지면서, 환자의 혈액이나 암 조직은 연구의 대상 내지는 자원으로써 높은 가치를 갖게 됐다. 이렇게 활용 가능한 자원들은 법적으로 ‘인체유래물’로 불리게 된다.

인체유래물이란 인체로부터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세포·혈액·체액 등 인체 구성물 또는 이들로부터 분리된 혈청·혈장·염색체·DNA·RNA·단백질 등을 말한다. 이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조11항에 명시돼 있다.

과거에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암과 같은 질병에서 어떤 유전자 이상이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시행할 때에도 환자의 유전자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일부 구간에만 시행할 수 있었다.

또 분석을 시행하는 환자수도 많아 봐야 수십 명 정도였다. 이러다 보니 눈에 띄게 커다란 유전자 이상이나 돌연변이는 발견할 수 있었지만, 중요하면서도 발견이 어려웠던 이상들은 찾기 어려웠었다.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및 빅데이터 분석 등의 발달에 힘입어 발견하기 어렵고 그 의미를 알기 어려웠던 이상들도 찾아내 맞춤형 암치료제 등 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연구용 인체유래물은 환자뿐 아니라 병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기증을 받아서 수집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수집절차가 비교적 간소했기 때문에 병원에 소속된 의사나 연구자들이 환자의 동의를 제대로 얻지 않고도 환자로부터 나온 검체를 수집해서 연구에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윤리적인 측면이 문제가 되며 현재는 생명윤리법에 따라서 기증동의서를 쓰고 인체유래물은행에 기증한 뒤 인체유래물은행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쳐서 연구자들에게 분양하도록 돼 있다.

인체유래물은행은 바이오뱅크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외국에서는 의료 기술뿐만이 아닌 종합적인 미래 산업 기술의 발전 기반으로 보아 국가와 민간에서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영국의 UK바이오뱅크의 경우, 2006년-2010년 사이에 국민 50만명의 검체와 건강 정보를 국가 주도로 수집하였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각종 만성 질환 환자 20만명의 검체를 매년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바이오뱅크재팬(BBJ)이 있다.

국내에는 질병관리본부의 허가를 받은 인체유래물은행이 전국에 66개소가 존재한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 소속돼 해당 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검체를 기증받아 수집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SCL(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은 2016년부터 질병관리본부의 허가를 받은 인체유래물은행인 SCL하나로바이오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인체유래물은행이 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반하여, SCL하나로바이오뱅크는 정상인과 만성 성인병 환자들의 검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정리 정희원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