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해와 잔소리는 종이 한 장 차…즐거운 명절 위한 마음가짐
[특별기고] 이해와 잔소리는 종이 한 장 차…즐거운 명절 위한 마음가짐
  •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 승인 2018.02.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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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설 연휴다. 어렸을 때 설날은 보고 싶은 친척들을 만나고 세뱃돈도 받을 수 있는 1년 내내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명절이 마냥 즐겁지 않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부담이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남성도 귀성길 운전 등 힘든 일들이 있겠지만 설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여성인 것 같다. 차례상 준비 등 여러 가지 집안일이 명절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남자들이 잘 도와주지도 않거니와 설령 돕겠다고 나서도 일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고 차례가 끝난 후의 뒷정리도 여성의 몫이다 보니 명절연휴에 오히려 피로가 더 쌓이곤 한다. 요즘은 대체휴일 때문에 연휴가 길어져 해외에서 명절을 보내는 가정도 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다른 여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기도 한다.

집안일도 성가시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명절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부엌에 모여 앉아 차례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일보다 더 큰 스트레스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한창 얘기꽃을 피우다 보면 남편들 벌이나 자녀교육이 화제로 종종 등장하는데 끊임없이 타인에게 비교당하고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결코 작은 스트레스가 아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귀성길에 부부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혼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는 기혼자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어른들의 관심이 젊은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흔하다. 예전에는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은 미혼남성이나 여성이 어른들의 질문공세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업준비생 역시 귀향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입시생이나 각종 수험생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이러다 보니 즐겁게 보내야할 명절이 오히려 피하고 싶은 날로 전락하기도 한다. 즉 예전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명절나들이가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을 나누는 문화가 원인일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간섭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공동체우선문화에서 개인주의문화로 이행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스트레스로 느끼는 것이다.

이해와 잔소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정을 나누는 우리 특유의 전통을 현대인의 생활과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평가하기보다 공감하는 자세를 취하고 얘기를 듣는 사람은 주관을 갖고 상대방의 말을 취사선택한다면 명절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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