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하우스 소일링’을 아시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하우스 소일링’을 아시나요?
  • 박자실 부산 다솜 동물병원 원장
  • 승인 2018.02.09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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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화장실이 아닌 장소에서 볼일을 봐 집을 더럽히는 것을 ‘하우스 소일링’이라고 한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매번 담요나 카페트, 소파 위 등에서 볼일을 본다면 매우 곤욕스럽다. 때로는 진지하게 이별을 고민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화장실을 잘 가리고 깔끔하기로 소문났는데 왜 화장실이 아닌 장소에서 볼일을 보는 걸까?

■하우스 소일링의 4가지 원인

박자실 부산 다솜동물메디컬센터&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원장

① 환경·사회적 요인

고양이는 천성이 깔끔해서 배설하려면 깨끗한 장소가 필요하다. 어떤 고양이는 화장실이 사람의 왕래가 잦은 장소에 있다면 화장실 사용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다묘가정에서는 약하고 소외된 고양이들이 화장실 주변을 선점한 고양이들 때문에 배설을 위해 다른 장소를 찾거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신경써야 한다.

고양이가 화장실 안 또는 주변에서 겪은 부정적인 경험도 하우스 소일링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장실 옆에서 약을 먹였다거나 ▲가족이 어떤 이유로 고양이를 화장실에 가뒀다거나 ▲화장실이 아주 지저분하거나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보는 중 청소기나 세탁기 등이 내는 소음에 놀랐던 경험 등이다.

② 영역표시 행동

스프레이, 스크래치, 얼굴 비비기, 변 쌓기 등이 있다. 이 중 스프레이는 고양이가 냄새를 남기기 위해 소변을 이용하는 정상 행동 중 하나다. 환경이 변하면 불안해 영역표시를 할 수 있다. 낯선 냄새를 풍기는 가방이나 신발 등에 영역표시를 하기도 한다. 중성화되지 않는 고양이는 생식행동의 하나로 영역표시를 한다.

창문과 문에 한 영역표시는 종종 집 밖에서 어떤 위협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단과 복도, 출입구와 방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영역표시는 다른 동물이나 새로운 가족 특히, 너무 활동적인 어린이, 리모델링 등 집안에 스트레스나 위협요인이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③ 의학적 문제

방광염, 관절염, 신장질환, 당뇨병 등을 앓는 고양이는 화장실이 아닌 장소에 소변이나 대변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동물병원에서 소변검사, 복부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일반혈액검사, 생화학검사, 항문검사, 분변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

④ 고양이의 특발성방광염

하우스 소일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라 따로 소개한다. 특발성방광염을 앓는 고양이는 ▲배뇨횟수가 증가하고 ▲배뇨 시 통증을 느끼거나 ▲아예 배뇨하지 못하기도 하고 ▲혈뇨를 보일 수 있다. 이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기도 하고 스트레스, 식이변화 등에 의해 더 악화하기도 한다.

■하우스 소일링의 치료와 관리

화장실 상자의 모양과 관리는 좋은 화장실 습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다. 고양이가 하우스 소일링을 보인다면 항상 화장실 상자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

■ 적합한 화장실을 위한 요건

① 화장실 박스의 수

일반적으로 ‘개체 수 +1’개의 화장실을 집 여기저기 다양한 장소에 둔다. 서로 친밀한 고양이들은 그루밍과 놀이, 휴식을 같이 하면서 영역을 공유하며 화장실도 함께 사용한다. 친밀하게 지내는 고양이 무리가 여럿 있는 다묘가정이라면 각각의 고양이에 맞는 화장실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② 화장실의 위치

화장실은 사료, 물과 떨어진 곳에 조성해야한다. 고양이는 보통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분주한 장소는 피한다. 고양이가 구석에 몰리거나 막히거나 도망갈 수 없게 하는 장소도 피한다. 특히 화장실 상자가 벽장에 있거나 다른 고양이가 출입구를 막을 수 있는 작은 방에 있다면 고양이가 화장실 안에 갇혀서 도망갈 수 없게 된다.

무리에서 소외되거나 약한 고양이는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할 때 방해하는 고양이가 근처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화장실 사용을 피하거나 다른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서 하우스 소일링을 보일 수 있다.

화장실 상자는 한군데 모아 놓는 것보다는 서로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고양이들은 가까이 붙어 있는 여러 화장실을 하나의 큰 화장실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화장실로부터 떨어진 장소에서 배설한다면 화장실 상자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그 장소 또는 새로운 장소에 화장실 상자를 하나 더 배치하는 것이 좋다. 복층구조의 가정에서는 층마다 화장실을 두고 나이가 많은 고양이가 있다면 그 고양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층에 화장실을 두도록 하자.

③ 화장실의 크기

일반적으로 클수록 좋은데 상품으로 나온 화장실 상자는 작은 경우가 많다. 화장실 크기는 고양이 길이(코에서 꼬리 시작부위까지)의 1.5배가 좋다. 벽에 소변이 튀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화장실 뒤쪽에 화장실 뚜껑을 세워둬도 좋다. 나이 든 고양이를 위해서는 드나들기 좋게 화장실 상자 입구를 낮게 만들어준다.

④ 모래의 형태

고양이마다 선호하는 모래형태가 달라 키우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형태를 찾을 때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래를 이용해봐야 한다. 선호도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화장실 상자에 다양한 모래를 두고 화장실의 깊이도 다양하게 시도해본다. 대부분 고양이는 아로마향이 강하거나 먼지 나는 모래를 싫어하고 부드럽고 향이 없으며 잘 뭉치는 모래를 좋아한다.

⑤ 화장실 모래상자의 관리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배설물을 제거하고 필요한 대로 새로운 모래를 추가한다. 세척은 세제나 뜨거운 물만 사용해 1~4주마다 실시한다. 이때도 향이 강한 세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합성 페로몬제제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화장실 청소 후 적용하거나 고양이가 선호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난 후에 그 장소에 합성 페로몬제제 디퓨저를 두면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도 하우스 소일링이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고양이에게 필요한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이때 절대 고양이를 훈련할 목적으로 벌을 줘서는 안 된다. 처벌은 고양이에게 공포와 관련된 공격성을 나타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나쁘게 하고 오히려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장소에서 영역표시를 하게 만들 수 있다. 정리 장인선 기자

※참고 사이트 www.catvets.com/cat-owners/broch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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