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집중력’을 높이려면 ‘다리’를 떨어라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집중력’을 높이려면 ‘다리’를 떨어라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2.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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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떨면 복이 달아난다고 해서 예로부터 다리 떠는 행동은 터부시돼왔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이 다리를 떨면 부산해 보이고 지하철에서도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주의가 산만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다리 떨기는 보는 이들의 우려와 달리 집중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리 떨기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한 소셜데이팅업체가 미혼남녀 3만5989명을 대상으로 연인의 가장 싫어하는 버릇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21%)과 남성(22%) 모두 다리떨기를 2위로 꼽았다. 또 한 온라인 취업 포털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4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면접 시 감점을 당하는 버릇 3위(10.5%)로 다리떨기가 꼽혔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우리의 몸은 긴장하면 다리 떨기 같은 반복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 행동이 단지 긴장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 이 행동은 긴장 때문에 나타나는 것 같지만 동시에 긴장감을 풀기 위한 것이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일 누군가 이야기 중에 ▲지나친 손동작이나 ▲볼펜을 만지작거리는 행동 ▲흔들리며 떨리는 눈동자 ▲눈을 한쪽으로 반복적으로 치켜뜨기 ▲머리카락이나 옷깃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보였다면 거짓말로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거나 사실일지라도 무언가를 기억해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영화 ‘감시자들(2013년 作)’에서는 여형사로 출연한 배우 한효주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검지손가락을 책상에 ‘탁!탁!탁!’ 치는 모습이 나왔다. 제작진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필자는 이 장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우리도 일상에서 기억이 가물거리거나 무언가 떠올리려고 할 때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러한 결과가 가능한 것은 미세근육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팔)과 발(다리)은 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뇌의 가장 효과적인 자극원이 될 수 있다. 뇌 중에서도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기능은 전두엽이 관여하는데 전두엽은 주의력과 집중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반복적인 근육의 움직임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떨기는 특정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 하지정맥류, 하지부종 등이 대표적이다. 틱장애의 경우도 다리를 떨 수 있다. 염주를 굴리듯이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은 파킨슨병의 특징이다. 자폐증이나 조현병에서도 반복적인 신체적 움직임이 나타난다.

특정 부위의 반복적인 행동이 병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있느냐 없느냐다.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있다면 정상이고 멈추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된다면 병으로 볼 수 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 다리 떨기는 산만해 보이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무언가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순간일 수 있다. 또 장시간 앉아 있는 상황에서 다리를 떨면 다리 부위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동시에 심장부담을 완화해 뇌로의 혈액순환도 활발해진다.

앞으로 공부하는 자녀나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이 다리를 떤다면 가만히 지켜보자. 다리를 떨면 복이 달아난다고 하지만 이제는 ‘다리를 떨면 건강해진다’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다리를 떨고 싶고 또 떨어도 되는 곳이라면 참지 말고 맘 놓고 떨자. 다리를 떨면 머리도 맑아지고 집중력이 좋아진다. 다리를 떨면 그만큼 건강해진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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