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아동성폭력피해자...정신고통 어떻게 해결할까?
어른이 된 아동성폭력피해자...정신고통 어떻게 해결할까?
  • 정희원 기자·이은혜 인턴기자
  • 승인 2018.02.22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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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기의 성폭력피해는 성격형성, 자아정체성 등 정신적인 측면에 악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대처방법은 분명히 있다.

‘내가 다섯 살 때 할아버지는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이면 안방에 날 데리고 들어가 문을 잠갔다···이제 공소시효도 지났고 증거물도 없지만 가끔 그 짐승이 재판장에 죄수복을 입고 서 있는 장면도 상상하곤 했다. 나는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범죄를 폭로한 후 영화계, 문학계 등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2016년 말 이뤄진 ‘#00_내_성폭력’ 해시태그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중 특히 아동청소년기에 성폭력피해를 당한 경우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어 해결책 제시가 시급하다.

■아동성폭력피해자를 위한 3가지 해결법 

성폭력피해 후유증이 심해지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등 정신의학적 피해는 물론 복통, 두통, 섭식장애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에 당한 성폭력피해는 성격형성, 자아정체성, 사회를 보는 긍정적 시각 등 정신적인 측면에 크게 악영향을 끼친다. 또 아동이나 청소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범죄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아동청소년기의 피해로 인해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성폭력피해를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라고 인식하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분명히 대처방법은 있다. 

▲겁내지 말고 정신과 방문하기

성폭력피해자들은 피해사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홀로 덮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시 정신과방문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성범죄로 인한 억울함과 무력감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우울과 울분은 피해자 자신을 향한 폭력, 즉 자해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때 혼자 참을 것이 아니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상처를 제대로 치유해야만 이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사실 알리고 지지받기

성폭력상담소나 여성단체에서는 성폭력피해자들의 말하기모임이 꾸준히 열린다. 온라인의 해시태그운동도 일종의 말하기활동인 셈이다.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지지를 받는 것은 그 자체로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비슷한 기억과 감정을 가진 피해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위로를 얻는다”며 “자조모임 등을 통한 소통은 ‘나는 혼자다’ ‘나만 피해를 당했다’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에 대한 죄책감 털어내기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자존감을 높여준다. 꼭 성폭력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반복적으로 마음을 다잡는 것도 중요하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상담소 권현정 소장은 “아동성폭력피해자들은 ‘내가 그 사람을 왜 따라갔을까’라고 생각하는 등 피해당시의 상황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자신에게 성폭력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스스로 죄책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의 교류 역시 도움이 된다. 꼭 성폭력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피해자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대신 편한 상대와 대화를 나누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또 일기쓰기, 운동, 복식호흡과 같은 활동으로 트라우마에 대항할 힘을 기르면 좋다. 

김원형 교수는 “만일 여전히 가해자와 가까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거처를 옮기는 등 가능한 한 물리적 거리를 둘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으로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원한다면 시민단체나 전문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법률자문은 물론 2차 가해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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