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특별기고]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 승인 2018.02.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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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를 방문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약물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약을 줄여서 복용하거나 이로 인해 필요용량을 채우지 못해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못할 때도 있으며 조금만 좋아지면 약을 끊고 증상이 다시 나빠져 치료기간이 오히려 길어지기도 한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더욱 안타까운 것은 본인의 의지는 강한데 주변사람들로 인해 치료에 문제가 생길 때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잘못된 상식에 근거해 치료에 간섭한다. 이런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병원에 가지 말고 약도 먹지 않으면서 의지로 극복하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병이 나빠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가벼운 우울감이라면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병원방문을 결심할 정도라면 이미 시도했지만 효과가 부족했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지나 노력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잘못된 충고를 자꾸 듣다 보면 우울증이 심해질 뿐 아니라 본인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불필요한 자책까지 하게 된다.

일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면 졸릴 수 있는데 졸리는 약은 ‘독한 약’이라는 근거 없는 두려움이 약물치료를 기피하게 만들기도 한다. 같은 약이라도 어떤 환자는 졸려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고 다른 환자는 전혀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잘 맞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때로는 회복에 충분한 수면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지거나 치매에 걸린다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일부 정신과 약물은 약의 특성상 인지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킬 수는 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약을 중단하면 회복할 수 있다. 오히려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과질환으로 인한 인지기능저하의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의존성에 대한 두려움 역시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한몫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약에 의존해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보다 약이 필요한데도 먹지 않으려는 경우가 더욱 흔하고 문제가 된다. 일부 안정제나 수면제에는 의존성이 있지만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른다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약물치료에 대한 두려움은 대부분 근거가 없으며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가 얻는 이익이 약물치료로 발생 가능한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 또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신과 약물은 대규모임상시험을 통해 안정성이 입증된 제품들이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고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듯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두려움 때문에 필요한 약을 억지로 뿌리치지 않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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