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재발·전이 극복하는 항암제 조합 찾았다
암 재발·전이 극복하는 항암제 조합 찾았다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8.02.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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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G‧메포민·탑시가르긴 동시투여 ... 암줄기세포 항암효과 확인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정재호·박기청 교수가 항암제에도 살아남는 암줄기세포의 생존원리를 규명,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항암제 조합을 찾았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로 난치성 암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 각 조직은 줄기세포를 갖고 있어 성장과 재생을 반복한다. 암조직 내에도 1~2% 정도 줄기세포의 성격을 지닌 ‘암줄기세포’가 존재한다. 자기재생능력이 있고,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도 지녀 암재발 및 전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정 환자군에서는 이러한 암줄기세포가 활성화되면서 강한 항암제 저항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저항성이 매우 강해 기존 항암요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난치성 암으로 분류된다.

연구결과 암줄기세포가 갖는 항암제 저항성의 핵심원인은 세포 내 칼슘이온의 수송과 저장에 관여하는 단백질 ‘SERCA’에 있었다.

일반 암세포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유발되면서 죽음에 이른다. 스트레스 발생에 따라 소포체에서 과다분비된 칼슘이온이 미토콘드리아에 쌓이면서 세포자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정재호(왼쪽)·박기청 교수가 항암제에도 살아남는 암줄기세포의 생존원리를 규명,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항암제 조합을 밝혔다.

그러나 암줄기세포는 항암제 투여 시 과도한 칼슘이온 분비를 줄이고 동시에 과도하게 분비된 칼슘이온을 다시 소포체로 되돌려 넣을 수 있는 단백질 SERCA 수는 늘려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해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생존원리에 착안, SERCA의 기능저해제인 ‘탑시가르긴’(Thapsigargin)을 기존 항암효과가 확인된 2DG(2-deoxyglucose)‧메포민(Metformin)과 함께 투여하는 방법으로 암 줄기세포에 대한 항암효과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동물실험 결과 평균 200mm3였던 암 줄기세포 종양들은 2DG와 메포민만 투여했을 때는 20일 뒤 525.67mm3, 30일 뒤 1082.44mm3, 40일 뒤 2963mm3로 커졌지만 탑시가르긴을 함께 투여하자 20일 후 372.67mm3, 30일 후 489.67mm3, 40일 후 520.11mm3로 성장이 억제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암줄기세포뿐 아니라 항암제 저항성을 지니는 난치성암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른 난치성 암도 항암치료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거나 종양미세환경이 나빠졌을 때 세포질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해 사멸을 피한다는 원리는 같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로 암치료 전반은 물론 그동안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암 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제 개발에 큰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특허등록 후 항암제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도 이뤄진 상태다.

정재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암 진화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스트레스와 항암제 등 인위적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원리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이뤄졌다”며 “악성 암줄기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실험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생존관련 메커니즘을 더욱 상세히 규명해 암줄기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하는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미국암연구학회에서 발행하는 ‘임상 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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