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따뜻한 장(腸)은 장내 세균을 늘리고 장내 세균은 체온을 높인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따뜻한 장(腸)은 장내 세균을 늘리고 장내 세균은 체온을 높인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3.0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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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총은 인간의 장에 기생하면서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장내 세균들은 특정 환경에서 활발하게 증식하는데 특히 식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서식하는 장의 온도다.

일반적으로 장내 유익균을 늘리려면 동물성 식이보다는 식물성 식이(과일, 채소, 곡물 등)를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으로 먹는 된장, 청국장이나 김치 등 다양한 발효식품도 도움이 된다. 유산균이라면 생균이 좋다. 사균(死菌)은 장내 세균을 늘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산균 제품의 1g당 마릿수는 생균의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장내 세균을 늘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 배가 ‘따뜻하다’ 또는 ‘차다’의 기준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핵심은 ‘중심체온’이다. 중심체온은 몸속 깊숙한 곳의 체온으로 바로 장의 온도가 기준이다. 그중에서도 음식 온도에 영향을 덜 받는 소장과 대장의 온도다.

일반적으로 재는 이마, 귓속, 겨드랑이, 구강의 체온은 엄밀히 말하면 중심체온이 아니다. 단지 중심체온을 직접 잴 수 없어 해당 부위의 열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나마 근접한 곳이 바로 항문의 체온이다. 항문의 체온은 중심체온으로 장의 온도다. 체온계상으로 보면 항문체온이 가장 높고 구강, 겨드랑이(귓속) 순으로 낮다.

세균은 번식하는 최적온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낮은 온도(7~20℃)에서 잘 번식하는 균을 호냉균, 중간 정도의 온도(15~45℃)는 중온균, 고온(42~80℃)은 고온균, 아주 높은 온도(67~105℃)는 극고온균으로 구분한다. 세균들의 생존 가능온도는 생각보다 넓어 냉장고 속에서도 죽지 않는 균이 있는가 하면 끓여도 사멸되지 않는 균도 있다. 당연히 여름에는 중온균과 고온균 등이 활발하게 번식해 식중독도 많이 생긴다.

장내 세균은 중온균에 속한다. 중온균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몸속이나 열대와 온대기후 지역에서 살아가도록 적응된 세균들이다. 이들 세균이 생존하는 최적온도는 37℃다. 중온균인 장내 세균들의 생존 곡선을 보면 봉우리 형태로 37℃ 이하의 온도나 40℃ 이상 고온에서는 생존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흥미롭게도 우리 몸의 장내 세균들은 체온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생리학회지(1990년)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항생제를 이용해 장내를 무균상태로 만든 실험쥐와 정상적인 균주를 갖고 있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주간 및 야간 체온을 쟀더니 무균상태로 만든 실험쥐의 체온은 정상 균주 군에 비해 낮아졌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항생제를 자주 복용하면 장내 세균총의 증식을 방해해 체온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방증한다.

체질적으로 보면 평소 배가 차가운 소음인들의 경우 장내 세균총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체질적으로 장 기능이 약한 것이 원인으로 장내 세균총을 늘려준다면 배도 따뜻해지고 냉증도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어떻게든 배를 따뜻하게 해야 장내 세균의 생존율도 높아질 것이다.

‘복무열통(腹無熱痛, 배는 따뜻해서 아프지 않다)’이라는 옛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배를 따뜻하게 하는 데는 마늘, 양파, 계피, 후추 등 식재료가 도움이 된다. 손을 따뜻하게 해서 배를 자주 만져주는 것도 좋다. 긴장을 풀고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팩을 해주는 것도 좋다.

다시 정리하면 장의 온도인 중심체온이 낮으면 장내 세균들이 잘 자라지도 않지만 장내 세균들이 부족하면 체온이 떨어진다. 반대로 장의 온도를 높이면 장내 세균 증식도 활발해지고 장내 세균이 늘어나면 체온이 잘 유지된다. 인간과 장내 세균이 공생관계인 것은 체온에서도 증명된다. 장내 정상 세균들을 잘 길러보자. 그들은 우리 몸을 보다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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