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봄 맞아 가벼운 산책 어떠세요?
[특별기고] 봄 맞아 가벼운 산책 어떠세요?
  • 용인정신병원 이명수 진료원장
  • 승인 2018.03.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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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정신병원 이명수 진료원장.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부정적 생각은 나쁜 감정을 유도하고 난폭한 행동을 유발한다. 반대로 긍정적 생각은 좋은 감정을 낳고 생산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사람의 부정적 감정, 생각, 행동을 개선하는 것이 곧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목표라 할 수 있다.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행동은 비교적 통제하기 쉽다. 아무리 난폭한 상상을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으면 괜찮다. 도박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도박중독이 아니며 술이 아무리 생각나더라도 음주하지 않으면 알코올중독이 아니다.

특히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자살을 생각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자살을 생각할 수는 있음’을 인정해주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게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주일에 2~3번 이상 정기적으로 능동적인 행동을 지속하면 우울, 불안, 무기력 등 정신상태가 개선된다는 연구가 있다. 자기 몸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떤’ 행위보다는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운동이다.

모든 운동은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만 하면 정신건강에 이롭다. 특히 야외에서 햇빛을 받으며 운동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실제로 가벼운 우울증에 대한 자기관리방법 중 운동과 광선요법이 있을 정도다.

걷기는 가장 쉬운 운동 중 하나다. 걷기는 진입장벽이 낮고 자연스럽게 햇빛을 받으며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다른 운동에는 없는 ‘지금 여기에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걷기운동은 경쟁적 요소가 없어 자기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수용전념치료(ACT)의 요소 중 가장 첫 번째 요소는 ‘Accept your feeling, thought and be present’이다. 즉 현재 시점에서 나의 모든 감각기관을 열고 온전히 내 마음의 감정과 생각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는 걷기를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철학자 임마투엘 칸트가 그랬던 것처럼 땅을 내딛으면서 촉감, 공기의 흐름, 향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느끼며 걸으면 마음이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산책하며 생기는 사색의 힘은 강력한 창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마음이 부정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틈만 나면 옛날 일에 사로잡히고 먼 미래의 걱정에 매몰되기 일쑤다. 이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걸어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는 좋은 음식을 먹으며 업무걱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산책할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정신건강 슬로건으로 ‘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를 꼽았다.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걷기는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봄을 맞아 건강을 위해 밖에서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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