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있다? 없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있다? 없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3.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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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청국장은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그 이유를 청국장에 유산균이 많아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은 물론 방송에서조차 청국장 속의 유산균을 칭송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청국장에 유산균이 많다는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없다.

유산균(乳酸菌)은 ‘유(乳)’를 우리말로 풀어 젖산균이라고도 한다. 발효과정 동안 당을 먹이로 해 락트산(lactic acid, 유산, 젖산)을 만들어내는 세균을 말한다. 그래서 유산균을 영어로는 lactic acid bacteria라고 한다.

산(酸, acid)은 신맛을 낸다. 우리가 먹는 많은 유산균제품이나 음료에서 신맛이 나는 이유는 바로 유산균 때문이다. 하지만 청국장은 발효가 진행돼도 신맛이 나지 않는다. 유산균에 의한 발효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청국장에서 신맛이 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발효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유산균이 끼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청국장을 띄우는 환경은 유산균 서식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유산균이 우세균이 되기 어렵다. 

청국장은 고초균(枯草園)에 의해 발효된다. '고초'라는 이름은 마른 풀[枯草]이나 토양에서 서식해 붙여졌다. 청국장을 띄울 때 볏짚을 뭉쳐 박아 놓는 이유는 바로 볏짚에서 서식하는 고초균을 접종하기 위해서다. 

고초균은 바실러스(Bacillus) 속(屬) 세균이다. 유산균 중에서도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속 세균이 있다. 이 두 종은 전혀 다른 종인데도 고초균을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부르는 영어이름 때문에 헷갈려하기도 한다. 

고초균은 유산균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유산균은 열에 약하지만 고초균은 열에 강하다. 고초균은 곰팡이균처럼 포자를 형성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차이점이라면 곰팡이포자보다 훨씬 강한 포자를 만들기 때문에 100℃에서 끓여도 40분 정도는 생존한다. 따라서 청국장은 국에 넣어도 단시간은 생존해 있다. 

청국장을 말려도 고초균은 죽지 않는다. 고초균은 건조한 환경에서도 저항력이 강하다. 볏짚 같은 건초에서 잘 사는 것을 보면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유산균은 습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수분이 있으면 잘 살지만 건조시키면 죽는다.

고초균은 위산에 강해 빈속에 먹어도 죽지 않고 장까지 잘 살아간다. 반면 유산균은 위산에 약해 빈속에 먹으면 쉽게 죽는다. 이런 이유로 유산균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식이섬유와의 동반섭취를 권장하는 것이다.

청국장은 낫또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낫또의 균주도 고초균과 동일하다. 나또균을 과거에는 바실러스 낫또(Bacillus natto)라고도 불렀지만 2002년 유전자분석 결과 고초균, 즉 바실러스 서브틸리스와 동일한 종으로 판명됐다. 약간 구분해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나또’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대로 잘 만들어진 청국장은 냄새가 없다. 만일 청국장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면 이는 고초균 이외의 잡균 때문이다. 잡균에 의한 일종의 악취로 냄새가 심할수록 잡균이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참고로 낫또는 단일균에 의해 발효되기 때문에 별다른 냄새가 없다. 

청국장의 고초균은 사람의 장에서 정착하기 어렵다. 서식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인간이나 동물의 대변에서 포자가 형성된 고초균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내우세균이 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고초균이 많은 청국장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유해균증식을 막아준다. 또 나토키나제 같은 효소를 만들어내 혈관건강에 도움을 준다. 청국장에 유산균이 없다고 속상해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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