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진료를 받고 온 엄마가 좀 이상하다는 듯 묻는다.
“아이가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거든요. 가스가 찼다네요. 변을 하루에 한 번씩 보는데 왜 관장약을 쓰라고 하죠? 관장약 쓰면 애한테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스테로이드,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 어떤 약이든 절대로 쓰면 안 되는 것은 없다. 약에 대한 의존이 심한 것도 문제지만 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문제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정보를 구하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정보의 적합성을 따지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약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약을 너무 공포스럽게 생각하는 것 모두 균형잡인 시각은 아니다. 특히 약에 대한 공포는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무엇이든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다.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장약도 편견에 시달리는 약에 속한다. 관장약은 무조건 안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확한 용법과 용량으로 사용한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관장약은 글리세린농축액(농글리세린)이 주성분이다. 관장약의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글리세린의 자극성과 윤활성이다. 글리세린은 미끄럽다. 딱딱해진 변이 항문을 손상시키지 않고 미끄러져 배출되도록 돕는다.
농축된 글리세린은 대장을 자극해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왼쪽 하복부에 있는 S자 결장이 자극 받으면 변의를 느끼며 내부 항문괄약근을 이완시킨다. 내부 복벽에 힘이 들어가 숨을 참고 배에 힘을 주게 되며 이로 인해 대변이 아래로 내려가고 외부 항문괄약근이 이완되며 골반횡격막이 상승, 항문괄약근이 대변을 배출시키는 원리다.
결론적으로 관장약은 대장운동을 자극하면서 변 배출을 촉진하는 약이다. 즉 변이 직장에 막혀 배출되지 않을 때 사용한다. 또 변비치료를 위해 정체된 변을 제거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한다.
하지만 변비가 아니라도 관장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가스가 찼을 때다. 소화관에 있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를 생성한다. 가스는 주로 소장점막으로 흡수되고 방귀로 배출되지만 발생량이 많고 변에 막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심한 팽만감과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관장약을 이용해 변을 배출시키면 가스도 같이 빠져 나와 통증이 한결 줄어든다.
이처럼 관장약은 일시적인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제제로 치료제는 아니다. 하지만 열이 날 때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처럼 급한 증상이 있을 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일 반복적인 변비와 복부팽만이 있다면 정확하게 진단 받고 원인치료를 해야 한다.
항문에 주입하는 관장약의 특성상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세한 사용법을 알아보자.
일단 관장약은 항문이 아니라 대장에 적용하는 약이다. 따라서 깊숙이 넣어야 약효가 발휘된다. 성인의 경우 항문관의 길이가 3~4cm정도로 관장약은 그 안쪽에 넣어야한다. 관장약의 끝부분은 직장 속으로 5~7cm정도 삽입하는 것이 좋은데 삽입할 때는 자세가 중요하다.
먼저 항문이 노출되도록 무릎을 굽혀 가슴 쪽으로 당기는 자세를 취한다. 그래야 쉽게 삽입된다. 다른 사람이 넣어 줄 때는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히거나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자세를 취한다. 관장약 주입구가 쉽게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도록 주입구에 바셀린이나 윤활제를 바르는 것도 좋다.
관장약을 너무 세게 짜 넣으면 불쾌감이 심해질 수 있어 최대한 천천히 주입한다. 이후 수 분 정도 지나야 자극이 발생하고 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적어도 5분 이상 지나 확실하게 변의가 느껴질 때까지 괄약근에 힘을 주고 약물을 유지시켜야한다. 약물이 들어가자마자 변을 보면 약물만 빠져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 특히 유소아의 경우 괄약근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가 항문을 눌러 닫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농글리세린을 줄이고 소르비톨과 시트르산나트륨 첨가한 저자극관장약이 출시되기도 했다. 베베락스가 대표적이다. 소르비톨과 시트르산나트륨은 수분을 빨아들여 변을 묽게 하고 농글리세린은 장을 자극해 배변활동을 촉진한다. 농글리세린이 과거 관장약보다 적게 들어 있어 자극은 덜하고 딱딱한 변을 묽게 해 배변이 수월해진다.
관장약은 습관성이 될 수 있어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약국에 근무하다 보면 변이 불편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관장약을 먹는 사람들을 간혹 본다. 관장약을 50개 한 박스씩 구입하기도 하는데 남용으로 인해 대장신경이 무뎌진 것이다. 관장약 없이는 변을 못 보는 안타까운 경우다. 관장약 남용 시 장무력증, 괴사, 폐색이 올 수도 있다. 특별히 의사의 지시가 없다면 일회성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장무력증이 있거나 장폐색의 경우, 심장병·당뇨·치질환자, 임산부, 기운이 없는 사람, 장출혈환자 등은 관장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리ㅣ최혜선 객원기자
“아이가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거든요. 가스가 찼다네요. 변을 하루에 한 번씩 보는데 왜 관장약을 쓰라고 하죠? 관장약 쓰면 애한테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스테로이드,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 어떤 약이든 절대로 쓰면 안 되는 것은 없다. 약에 대한 의존이 심한 것도 문제지만 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문제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정보를 구하기가 쉬워졌다. 하지만 정보의 적합성을 따지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약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약을 너무 공포스럽게 생각하는 것 모두 균형잡인 시각은 아니다. 특히 약에 대한 공포는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무엇이든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다.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장약도 편견에 시달리는 약에 속한다. 관장약은 무조건 안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확한 용법과 용량으로 사용한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관장약은 글리세린농축액(농글리세린)이 주성분이다. 관장약의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글리세린의 자극성과 윤활성이다. 글리세린은 미끄럽다. 딱딱해진 변이 항문을 손상시키지 않고 미끄러져 배출되도록 돕는다.
농축된 글리세린은 대장을 자극해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왼쪽 하복부에 있는 S자 결장이 자극 받으면 변의를 느끼며 내부 항문괄약근을 이완시킨다. 내부 복벽에 힘이 들어가 숨을 참고 배에 힘을 주게 되며 이로 인해 대변이 아래로 내려가고 외부 항문괄약근이 이완되며 골반횡격막이 상승, 항문괄약근이 대변을 배출시키는 원리다.
결론적으로 관장약은 대장운동을 자극하면서 변 배출을 촉진하는 약이다. 즉 변이 직장에 막혀 배출되지 않을 때 사용한다. 또 변비치료를 위해 정체된 변을 제거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용해야한다.
하지만 변비가 아니라도 관장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가스가 찼을 때다. 소화관에 있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를 생성한다. 가스는 주로 소장점막으로 흡수되고 방귀로 배출되지만 발생량이 많고 변에 막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심한 팽만감과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관장약을 이용해 변을 배출시키면 가스도 같이 빠져 나와 통증이 한결 줄어든다.
이처럼 관장약은 일시적인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제제로 치료제는 아니다. 하지만 열이 날 때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처럼 급한 증상이 있을 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일 반복적인 변비와 복부팽만이 있다면 정확하게 진단 받고 원인치료를 해야 한다.
항문에 주입하는 관장약의 특성상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세한 사용법을 알아보자.
일단 관장약은 항문이 아니라 대장에 적용하는 약이다. 따라서 깊숙이 넣어야 약효가 발휘된다. 성인의 경우 항문관의 길이가 3~4cm정도로 관장약은 그 안쪽에 넣어야한다. 관장약의 끝부분은 직장 속으로 5~7cm정도 삽입하는 것이 좋은데 삽입할 때는 자세가 중요하다.
먼저 항문이 노출되도록 무릎을 굽혀 가슴 쪽으로 당기는 자세를 취한다. 그래야 쉽게 삽입된다. 다른 사람이 넣어 줄 때는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히거나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자세를 취한다. 관장약 주입구가 쉽게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도록 주입구에 바셀린이나 윤활제를 바르는 것도 좋다.
관장약을 너무 세게 짜 넣으면 불쾌감이 심해질 수 있어 최대한 천천히 주입한다. 이후 수 분 정도 지나야 자극이 발생하고 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적어도 5분 이상 지나 확실하게 변의가 느껴질 때까지 괄약근에 힘을 주고 약물을 유지시켜야한다. 약물이 들어가자마자 변을 보면 약물만 빠져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 특히 유소아의 경우 괄약근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가 항문을 눌러 닫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농글리세린을 줄이고 소르비톨과 시트르산나트륨 첨가한 저자극관장약이 출시되기도 했다. 베베락스가 대표적이다. 소르비톨과 시트르산나트륨은 수분을 빨아들여 변을 묽게 하고 농글리세린은 장을 자극해 배변활동을 촉진한다. 농글리세린이 과거 관장약보다 적게 들어 있어 자극은 덜하고 딱딱한 변을 묽게 해 배변이 수월해진다.
관장약은 습관성이 될 수 있어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약국에 근무하다 보면 변이 불편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관장약을 먹는 사람들을 간혹 본다. 관장약을 50개 한 박스씩 구입하기도 하는데 남용으로 인해 대장신경이 무뎌진 것이다. 관장약 없이는 변을 못 보는 안타까운 경우다. 관장약 남용 시 장무력증, 괴사, 폐색이 올 수도 있다. 특별히 의사의 지시가 없다면 일회성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장무력증이 있거나 장폐색의 경우, 심장병·당뇨·치질환자, 임산부, 기운이 없는 사람, 장출혈환자 등은 관장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리ㅣ최혜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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