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고객이 힘들어요”…심신(心身) 멍드는 감정노동자
“일보다 고객이 힘들어요”…심신(心身) 멍드는 감정노동자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4.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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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일해야하는 감정노동자, 스트레스 쌓여 ‘병(病)’ 생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만 ‘감정노동자’의 일상에는 애환이 가득하다. 감정노동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일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나타낸다. 지나친 업무로 온몸이 쑤신 택배기사, 수화기 너머로 무례한 말을 들어야 하는 전화상담원, 종일 고객을 상대하는 마트계산원이 대표적이다.

택배기사들은 매일 지나친 근무시간과 업무량에 시달린다. 여기에 고객들이 주는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각종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감정노동에 초과근무까지…택배기사 ‘골병(骨病)’든다

택배연대노조가 2016년 택배기사 3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가 본인의 잘못과 무관하게 고객에게서 욕설을 듣는다고 답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인 만큼 택배기사도 감정노동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대다수 택배기사가 겪는 지나친 업무가 문제다. 택배기사의 주당 노동시간은 약 77시간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 68시간을 초과하고 하루 평균 300개의 물량을 취급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지나친 업무로 택배기사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겪는 질환으로 상체근육통 85.8%, 하체근육통 63.8%, 요통 50.0%, 위장병 26.0% 이 나타났다.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 부상을 피하고 싶다면 자세를 점검해야한다. 무릎을 편 상태에서 허리만 구부려 물건을 들면 급성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순간적으로 척추에 강한 힘이 실리면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반쯤 앉은 상태에서 몸쪽으로 끌어당겨 드는 것이 좋다.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로 물건을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성 허리디스크로 일상에 지장이 있다면 동작침법·추나요법 같은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상담원은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를 받으며 정신적인 압박을 받는다. 이때 스트레스가 쌓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화병에 걸리기 쉽다. 

■수화기 너머 진상고객…전화상담원 ‘화병(火病)’ 주의보

전화상담원은 하루에도 수십통이 넘는 전화를 받는다. 그중 악성 민원전화로 고통받지만 직업특성상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문제다.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를 장시간 풀지 못하면서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지기 쉽다.

가슴이 답답한 것은 대표적인 ‘화병’의 증상이다. 화병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정신건강 병명으로 ‘울화병(鬱火病)’의 준말이다. 즉 ‘화(火)’의 기운을 가진 분노가 쌓여서 생긴 병인 것이다.

화병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데 불안, 우울, 불면, 두통, 구강건조, 피로, 흉통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화병의 진단은 일상이나 스트레스 원인을 조사해 이것이 심리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 또 현재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파악해 이뤄진다.

조사에 따르면 화병은 주로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화병환자 99만3417명 중 여성환자가 65만여명으로 남성보다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상담원의 대부분이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상담원이 화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훈 병원장은 “화병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내버려두면 화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평소에 가벼운 운동, 명상, 여가활동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마트계산원은 족저근막염이라는 발질환까지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날때마다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온종일 서서 일하는 마트계산원, ‘발병’난다

대부분 시간을 서서 일하는 마트계산원의 발은 업무시간 내내 퉁퉁 부어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족저근막염이 있다. 민주노총 2016년 전국 대형마트 근로자 1238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4.4%가 족저근막염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족저근막은 발의 아치모양을 유지하고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흡수해준다. 족저근막에 반복적으로 손상이 생겨 염증이 나타난 것을 족저근막염이라 부른다. 발뒤꿈치 안쪽과 발 안쪽 통증이 주요증상이며 아침에 몇 걸음을 걸을 때 심하게 아픈 것이 특징이다. 장시간 걷거나 서 있어도 통증이 배가되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2배 많이 발생한다.

족저근막염은 스트레칭, 족욕, 마사지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마트계산원은 휴식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스트레칭하면 족저근막 염을 예방할 수 있다. 벽에서 떨어져 한쪽 발을 반대쪽 다리서 50cm 정도 뒤로 옮긴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벽을 짚고 바닥에 발을 붙인 채 천천히 앞으로 기울이며 뒤쪽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한다. 자세를 10초 유지했다 풀어주면 된다.

박종훈 병원장은 “감정노동자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못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것이 장기간 이어지면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에서 업무지침을 마련하고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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