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특정음식 아닌 섭취량이 문제
비만, 특정음식 아닌 섭취량이 문제
  • 백영민 기자 (newbiz@k-health.com)
  • 승인 2018.04.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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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포화지방에 대한 오해와 진실

비만의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는 포화지방. 과연 포화지방은 비만을 일으키는 주요원인이자 심혈관질환, 당뇨병을 유발해 건강을 해치는 나쁜 영양소에 불과할까?

최근 영국의학저널에는 전 세계 13개 연구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동물성포화지방을 많이 먹어도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주요에너지원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3대 영양소다. 인체에 활동에너지를 공급하고 지용성비타민 흡수를 돕는다. 육류, 유제품 등 동물성에 많이 함유돼 동물성지방으로도 불리는 포화지방은 식물성지방에 많은 불포화지방과 함께 지방으로 통칭된다.

현재 의료계와 영양학계는 혈중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열량이 높은 포화지방섭취를 줄이는 한편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불포화지방섭취를 권장한다. 하지만 사실 포화지방은 우리 몸에서 체온을 조절하고 중요장기를 보호하는 세포막을 만들며 여러 가지 생리기능물질을 만드는 필수불가결한 영양소 중 하나다.

미국 생물학자 겸 저널리스트인 니나 타이숄스는 그의 책 ‘지방의 역설’에서 미국의 생리학자 안셀 키스 박사가 1953년 7개국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조사결과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비만과 심혈관질환의 주범이라는 ‘지질가설’을 발표한 것이 포화지방 불명예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미국심장협회, 영양위원회 등이 심장질환예방을 위해 곡물, 과일 등 탄수화물 위주의 저지방식단을 공식적으로 권장했고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영양학적 권고의 표준이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니나 타이숄스는 키스의 실험이 애당초 역학조사였기 때문에 포화지방과 질병의 상관관계만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조사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실험과정에서 포화지방이 비만과 각종 질병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정치적 수완으로 그의 가설을 미국 영양학적 권고의 표준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로 인해 포화지방은 무려 60년 이상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또 MBC는 2016년 MBC스페셜 ‘지방의 누명’에서 육류, 버터, 생선 등 지방과 채소만을 먹고 수십kg의 감량을 성공한 사례를 방영하면서 비만의 주범은 따로 있다며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단을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로 2년 전 173cm에 90kg이 넘는 고도비만이었던 백모 씨(남·52)는 공복혈당 212mg/dl, 당화혈색소 10.1%, 중성지방 629mg/dl으로 당뇨병진단을 받았다. 급기야 통풍까지 발현한 그는 탄수화물을 절반이상 줄이고 평상시 즐겨먹던 육류, 유제품, 커피믹스, 생선 등 지방과 야채는 이전처럼 섭취하는 식단을 짰다. 2년 경과 후 백 씨는 몸무게 73kg에 공복혈당 119mg/dl, 당화혈색소 6.4%, 중성지방 134mg/dl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포화지방과 비만은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이 많아졌지만 포화지방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여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콜레스테롤 없는 식물성기름 위주의 식단만을 건강식단으로 믿고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예컨대 커피믹스의 경우 한잔에 함유된 지방은 일일권장량의 약 3% 수준으로 포화지방 92%, 불포화지방 8%로 구성된 코코넛오일이다. 반면 소고기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 각각 50%를 차지한다.

서울적십자병원 병원장을 지낸 서상렬내과 서상렬 원장은 “비만의 주범은 특정영양소가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비만은 섭취음식의 총량에 비례하며 아무리 좋은 음식도 지나치게 먹으면 뚱뚱해지고 당연히 혈관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윤방부 명예교수는 “비만은 포화지방 등 특정영양소 때문이 아니라 생활습관, 운동부족, 유전 등 보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며 “평소 과식을 피하고 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고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비만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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