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배후는?
국정원 댓글 배후는?
  •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 승인 2013.06.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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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형흡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다. 창형흡충의 종숙주는 소다. 즉 성충이 돼 알을 낳기 위해서는 소에게 가야 한다. 문제는 창형흡충의 중간숙주, 즉 유충을 보유하고 있는 생물체가 개미라는 점이다. 소를 면밀히 관찰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초식동물인 소는 풀 같은 것만 좋아하지 개미를 먹진 않는다.

개미 안에 들어있는 창형흡충의 유충이 소에게 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창형흡충은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 개미에 있는 창형흡충의 유충 중 한 마리가 개미의 뇌로 들어가고 침투에 성공한 유충이 개미에게 명령을 내린다. “풀로 올라가라.” 해가 지면 명령을 받은 개미는 무엇에 홀린 듯 풀로 올라간다. 가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풀잎에 붙어 있다.

소는 섬세한 면이 부족해 풀에 개미가 붙어도 그냥 섭취하는지라 풀에 올라간 개미는 소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아진다. 그날 밤 소가 풀을 뜯지 않으면 개미는 풀에서 내려와 자신들의 소굴로 간다. 다른 개미들이 묻는다. “오늘 저녁 때 어디 갔었어? 통 안보이더라.” 유충이 들어있는 개미는 자신이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니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응, 그냥 산책 좀 했어.”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사람도 창형흡충에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개미를 먹지 않으니 다른 방식으로 창형흡충에 감염된다. 창형흡충이 소의 간에 사니 소간을 먹는 경우 그 유충은 인체에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통한 인체감염이 여럿 보고된 바 있고 특히 소간을 즐겨먹는 우리나라에선 감염자가 꽤 있을 것 같다. 대다수가 증상 없이 지나가긴 하지만. 최근에는 창형흡충이 개미뿐 아니라 사람도 조종한다는 재미있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 몸에 들어간 창형흡충 유충 중 한 마리가 사람의 머리로 들어가 뇌를 조종한다는 것이다. 개미가 자신도 모르게 풀을 타듯이 창형흡충에 조종되는 사람은 자신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밀을 다루는 엘리트공무원이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수백 개씩 댓글을 단다는 것은 창형흡충의 조종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개미가 풀에 올라갔던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공무원 역시 조사 받을 때 댓글을 단 혐의를 부인했다.

심지어 그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도 대선토론회가 한창 진행 중인 민감한 순간에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의 높은 분들은 하나같이 “내가 그런 게 아니다”라고 발뺌했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부인했는데 이 역시 창형흡충의 조종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훨씬 쉬울 듯 하다.

그러니 검찰은 어차피 배후도 없는 사건을 조사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관련자들의 대변에서 창형흡충의 충란이 발견되는지 검사하면 사건을 훨씬 더 빨리 매듭지을 수 있다. 사건 관계자들이 단체로 소간을 먹었다는 증언까지 얻어낸다면 사건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문제는 창형흡충이 왜 그런 짓을 하느냐는 것. 소에게 개미를 먹게 하려는 것은 창형흡충에게 분명한 이익이 있지만 야당후보를 떨어뜨리는 것이 도대체 자신들에게 무슨 이익이 될까. 혹시 야당후보가 떨어지면 창형흡충의 세상이 온다고 믿는 것일까?

다행인 것은 창형흡충은 디스토마약인 프라지콴텔을 원래 용량보다 좀 세게, 3회 반복해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건 관련자 분들이 필자에게 주소를 알려준다면 갖고 있는 프라지콴텔을 기꺼이 보내드리겠다. 만의 하나지만 창형흡충의 세상이 오는 것만은 막아야 하니까.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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