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갑질’을 일삼는 걸까
그들은 왜 ‘갑질’을 일삼는 걸까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5.14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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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자존감이 부르는 갑질…건강한 자존감 뒷받침돼야
갑질은 대부분 잘못 형성된 자존감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자존감은 상대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불같이 화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게 만든다.

갑질이란 갑(甲)에 행동이나 태도를 뜻하는 질이 붙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갑질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해왔고 이제는 사회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 설문결과에 따르면 상사의 무리한 요구, 고객사의 욕설 등을 당했다는 직장인이 전체 88.6%로 나타났다. 

■갑질,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렇다면 갑질은 왜 생긴 걸까.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갑질은 대부분 잘못 형성된 자존감 때문에 발생한다”며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은 자신이 매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자존감은 상대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불같이 화내거나 폭력적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갑질을 일삼는 사람은 자신의 언행이 상대에게 어떤 감정적 영향을 미칠 지에는 관심이 없다. 이는 자신은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마주하는 사람은 경제적·사회적·인격적으로 자신보다 아래라고 여기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삐뚤어진 확신이 이런 생각에 힘을 보탠다. 부, 명예, 권위 등이 스스로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무례를 일삼아도 되며 사회적으로 용인된다고 여긴다. 

이종하 교수는 “언행에 제지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이는 확신으로 변한다”며 “따라서 이들에게는 갑질이 매우 당연한, 문제시될 이유가 없는 행동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한 자존감

흔히들 자존감이 낮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불확신과 불안정한 심리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아야만 행복한 것일까.

이종하 교수는 “자존감이 높고 낮음보단 ‘어떻게 형성이 됐느냐’가 중요하다”며 “개인의 기질, 성격, 성장과정을 통해 건강하게 형성된 자존감은 대인관계에서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부, 재력, 사회적 지위 같은 사회평가적 요소들로 형성된 ‘지나친 자존감’은 이러한 기반이 무너지면 함께 사라지기 쉽다”고 강조했다.

갑질을 일삼는 이들은 실제로 건강한 자존감을 가져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높은 자존감은 확신이나 긍정적인 사고가 아닌 끊임없는 자기최면으로 일궈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자존감 기반인 ‘올바른 인격’ 길러야

이들의 내면에는 ‘나는 그럴만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부와 명성으로 쌓은 위태로운 위치’라는 생각도 함께 존재한다. 이에 자연스레 불안해지고 타인이 평소처럼 자신을 대하지 않을 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이종하 교수는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믿음, 노력, 주변의 격려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단순히 자존감만을 높이는 교육이 아닌 긍정적인 경험과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통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기보다는 배려심을 키우고 진짜 값진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한 사회란 권위를 내세우는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가 아닌 내면의 힘이 바로 선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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