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과연 기침은 심장마비에 효과적인 응급처치법일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과연 기침은 심장마비에 효과적인 응급처치법일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5.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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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필자는 최근 운전 중 라디오방송을 듣는데 패널과 MC의 대화내용을 듣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대화주제는 ‘심장마비가 오면 기침을 하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전문가는 없었고 내용은 그대로 전파를 타고 전해졌다. 정말 기침은 심장마비에 도움이 되는 응급처치법일까.

이는 ‘기침 심폐소생술(cough CPR)’로 알려졌다. 기침 심폐소생술은 세계적으로 국내외 SNS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서 무작정 기침이 심장마비 등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알고 있으면 오히려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병명 중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발작, 심장마비, 심정지 등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협심증은 심장 혈액공급에 이상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허혈상태를 말한다. 협심증은 혈류공급이 줄어든 상황이고 관상동맥 일부가 막혀 혈액공급이 차단되면 심근경색이 유발된다.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발작은 심장마비(심정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장마비와 심정지는 동일한 의미로 심장의 전기적인 신호가 없어져 심장운동이 멈춘 상태로 자리에서 바로 사망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태다.

하지만 어떻게 기침이 심장마비 응급처치법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기침을 강력하게 하면 흉부압력이 높아지면서 뇌 혈액공급이 일시적으로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식유지에 도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심한 기침을 한 이후 두통을 경험하는 이유도 뇌혈관충혈 때문일 수 있다.

평소 심하지 않는 부정맥이나 협심증이 있으면서 가볍게 나타나는 흉통 및 흉부불쾌감이 있을 때는 기침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침은 부정맥이 생겼을 때 최소한의 자극요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부정맥이 있고 흉통이 동반되는 환자는 일상에서 흉부에서 덜커덩거리는 느낌이 있을 때 기침하면 좀 편해진다고 말한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심장마비 같은 응급상황에서 그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2010년 미국심장학회는 ‘심폐소생 및 응급 심장치료 지침’을 통해서 기침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환자에 전혀 유용하지 않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또 ‘cough CPR'이란 용어 자체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기침 심폐소생술이라는 용어 때문에 기침이 심장마비에 도움되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심장마비인 경우 대부분 의식이 없는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아 효과를 떠나 기침 심폐소생술은 응급처치 방법이 될 수 없다.

또 만성기침이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기관지의 만성염증성 변화가 심근경색의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른기침을 하면서 쌕쌕거린다면 원인이 심장질환(심장성 천식, 심부전) 때문일 수도 있다. 심지어 심한 기침 자체가 부정맥을 유발하기도 하고 미주신경성 실신 때문에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갑작스러운 흉통이 발생하고 쓰러질 것 같으면 곧바로 119를 부르는 것이다. 옆에 누군가 있다면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주변인으로부터 심폐소생술을 시행 받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심장마비가 왔을 때 가장 먼저 취할 행동은 기침하면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119를 부르는 것이다. 어쩌면 기침 심폐소생술을 모르는 것이 심장마비의 응급처치에 더 도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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