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꽃게에는 키토산 없고 마늘에는 알리신 없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꽃게에는 키토산 없고 마늘에는 알리신 없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6.04 0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건강·요리프로그램을 보면 ‘어느 식품에는 특정 성분이 많아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많이 나온다. 꽃게에는 키토산이 많고 마늘에는 알리신이 많다는 식이다. 하지만 꽃게에는 키토산이 없고 마늘에는 알리신이 없다. 원래 없는 성분이다.

게의 껍질에는 키토산이 아닌 키틴질이 많을 뿐이다. 게를 많이 먹는 일본에서 게 껍질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화학적인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낸 성분이 키토산이다. 키토산은 키틴질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2차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게에는 키토산이 많아서 건강에 좋다는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게나 게 껍질을 아무리 먹어도 키토산의 효과를 볼 수 없다. 키틴질은 체내에서 어떠한 소화과정을 거치더라도 키토산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늘도 마찬가지다. 마늘에는 알리신이 아닌 ‘알리인’이란 성분만 있다. 마늘 속의 알리인과 이를 분해하는 알리나아제가 으깨지는 과정에서 만나면 알리신이 생성된다. 그래서 통마늘은 냄새가 많이 나지 않지만 입에 넣고 씹거나 도마 위에 놓고 으깨면 갑자기 독특한 마늘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마늘 같은 백합과 식물에 속하는 양파, 대파, 부추 등에도 알리나아제가 들어 있어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예를 들면 통양파는 자극적인 향취가 적지만 양파를 까기 시작하면 양파의 알리나아제가 양파 속의 알리인을 알리신으로 변화시키고 알리신은 다시 황화아릴로 변환돼 휘발되며 눈을 맵게 한다.

참고로 알리나아제는 열을 가하면 활성을 잃기 때문에 마늘, 양파, 대파 등을 익히거나 탕에 넣은 경우 독특한 향이 줄거나 사라진다. 따라서 매운맛은 없어지고 반대로 단맛성분이 늘어나 밍밍하거나 달게 느껴진다. 어느 유명한 식당의 육개장에 엄청나게 많은 대파가 들어가 있지만 매운 맛은 없고 단맛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설포라판이라는 항암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도 원래 있는 성분이 아니라 양배추 속의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양배추에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를 분해시켜서 2차적으로 생성된다. 따라서 양배추를 잘게 씹어 먹거나 갈아서 먹지 않으면 설포라판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항암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근에는 비타민A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역시 당근에는 비타민A는 전혀 없다. 대신 당근의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면 간에서 필요한 만큼 비타민A(레티놀)로 전환되는 것이다. 노란 호박 속의 베타카로틴도 같은 과정을 거쳐 비타민A로 전환된다.

또 표고버섯에는 비타민D가 많다고 알려졌지만 생표고버섯에는 비타민D가 거의 없다. 표고버섯에는 비타민D 대신 에르고스테린이라는 프로비타민 성분이 있는 것으로 이것이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D로 전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음지에서 말리거나 식품건조기로 말린 경우 표고버섯이라 해도 비타민D 함량이 늘지 않는다.

식품의 특정성분들은 조리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파괴되기도 한다. 어떤 성분은 열을 가해야 소화흡수율이 높고 어떤 성분은 열을 가하면 파괴된다. 또 소화와 대사과정을 거치면 원래 있던 성분이 파괴되기도 하면서 반대로 새로운 성분이 생성되기도 한다. 음식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단지 배를 채우는 식품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