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는 인내가 미덕? 건강 해치는 ‘독(毒)’될 수도
직장에서는 인내가 미덕? 건강 해치는 ‘독(毒)’될 수도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6.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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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다. 이러한 회사가 스트레스를 주는 곳으로 바뀌면 신체·정신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직장 내 갑질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 만큼 피해자가 참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건강문제에 관한 사회적 보호는 미흡했다. 실제로 직장스트레스 때문에 한 피해자는 우울증을 겪고 머리에 종양이 생기기도 했다. 이처럼 직장스트레스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主犯)’이다.

■온종일 시간 보내는 회사, 누군가에게는 ‘지옥’

최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6명이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이는 24건에 불과했던 2008년보다 5.3배나 증가한 수치다. 그중 우울증이 5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적응장애 32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21건 등으로 밝혀졌다.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다. 이러한 회사가 스트레스를 주는 곳으로 바뀌면 신체·정신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상사나 팀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생계 때문에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유형으로는 협박·명예훼손·모욕 등 ‘정신적인 공격(24.7%)’과 업무 이외의 일을 시키거나 지나친 업무를 지시하는 등 ‘과도한 요구(20.8%)’가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상담받은 적이 없는 노동자가 66.7%로 대다수가 스스로 삭이며 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한방병원 엄국현 원장은 "고립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신경계에 기능이상이 나타나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불면증 등 신경·정신계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술과 담배는 뇌·심혈관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등을 유발하는 ‘독(毒)’이기 때문에 멀리해야한다.

■스트레스, 술과 담배로 풀면 없던 병도 생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늘면서 직장 내 스트레스뿐 아니라 고객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한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방안으로 '술이나 담배(25.9%)'가 가장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 음주한 ‘월간폭음률’이 20·30대 남성·여성이 각각 58.2%, 36.2%라고 발표했다. 흡연하는 사람도 남성 19~39세가 46.7%로 높게 나타났다. 

술과 담배는 뇌·심혈관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등을 유발하는 주범이기 때문에 멀리해야한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체내혈액순환을 방해한다면 음주와 흡연은 디스크에 혈액과 산소가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디스크는 혈관분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척추주변근육을 사용해야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하지만 음주는 척추근육·인대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을 알코올분해에 사용하게 만들어 척추건강을 해친다. 또 흡연은 일산화탄소가 혈액 내 적혈구·산소결합을 방해해 체내산소부족현상을 유발한다.

엄국현 원장은 “술을 마시거나 흡연하면 긴장이 풀리면서 일시적으로 불안감이 줄어들고 기분도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술이 깨고 나면 더 큰 불안감이 찾아올 수도 있고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에 삼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울화병이라고도 불리는 화병은 인고의 세월을 견딘 중년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20·30세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배려와 인내가 미덕? ‘화병(火病)’ 부르는 주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어렸을 때부터 배려하고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끝없이 참으면서 생기는 응어리는 '화(火)'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미덕으로 여겨지던 잘 참는 성격은 우리나라만의 ‘화병(火病)'이라는 독특한 질병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Hwabyung)'을 정신장애편람에 그대로 표기하며 가부장적이고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의 특이한 민속증후군이라고 발표했다. 울화병이라고도 불리는 화병은 인고의 세월을 견딘 중년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20·30세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6년 2859명으로 2011년 1867명보다 약 53% 증가했다. 이중 남성환자는 846명으로 2011년(387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화병의 주요증상으로는 명치에 뭔가가 걸린 듯한 느낌, 전신피로감, 뒷목·어깨의 뭉침현상 등이 있다. 화병은 내버려두면 공황장애, 사회부적응, 협심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목·어깨근육통, 턱관절장애 등으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엄국현 원장은 "직장인들이 화병을 잘 다스리려면 무조건 참는 마음으로 감정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며 "스트레스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상이나 운동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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