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술을 빨대로 마시면 더 빨리 취할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술을 빨대로 마시면 더 빨리 취할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6.12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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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맥주나 소주를 빨대로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더 빨리 취한다는 말이 있다. 심지어 젓가락으로 찍어서 마셔도 빨리 취한다고 말한다. 술과 관련된 소문은 사실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술에 취한다는 것은 에탄올(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작용 때문이다. 정도에 따라 누군가는 흥분해 말이 많아지고 누군가는 무기력해지면서 꾸벅꾸벅 존다. 만약 빨대나 숟가락으로 술을 마셨을 때 더 빨리 취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에탄올이 더 빠르게 흡수돼 뇌에 도달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가 마신 에탄올은 대부분 소장의 근위부에서 흡수되지만 일부는 구강, 식도점막, 위장, 대장에서도 흡수된다. 소장에서 약 80% 정도가 흡수되고 나머지 부위에서 약 20% 정도가 흡수된다. 만약 공복이라면 위장에서 흡수율이 높아질 것이다.

보통 일반적인 방법으로 술을 마시면 짧은 순간 입안과 식도부위에 접촉되면서 한꺼번에 위장에 쌓여 서서히 소장으로 유입된다. 하지만 빨대로 마신다면 적은 양만 들어와 식도점막과 위벽에 천천히, 또 골고루 도포된다. 따라서 소장에 도달하기 전부터 흡수되기 시작할 것이다. 즉 에탄올이 흡수되는 시점은 빨라지고 흡수량은 더 많아져 일반적인 방법보다 빨리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빨대로 술을 마시면 빨아들이는 동안 산소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술이 빨리 취한다는 말도 있다. 이는 빨아들인 직후 곧바로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에탄올이 흡수되는 장소가 더 관련성이 높을 것 같다.

그 일례로 빨대가 아닌 숟가락으로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한다는 것이다. 빨대로 마신 경우는 구강 내 접촉이 거의 없는 반면에 숟가락을 이용하면 구강점막을 통해서도 흡수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젓가락으로 술을 찍어서 마신 경우도 대부분의 에탄올은 구강 내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빨리 취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술을 조금씩 입을 헹구듯 머금다가 삼킨다면 더 빨리 취기를 느낄 것이다. 소주의 쓴맛이 싫고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소주를 조금씩 입에 머금는 식으로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이 취기를 금방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탄올이 구강에서 흡수가 빠르게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혀 아래 부분과 볼 안쪽 점막의 모세혈관들 때문이다. 특히 혀 아래에는 혈관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통해서도 특정성분들의 흡수가 빠르게 일어난다.

실제로 몇몇 종류의 혈압약이나 협심증 약물은 보다 빠르게 심혈관으로 흡수시키기 위해 혀 밑에 넣어서 투약하기도 한다. 실제로 혀 아래에서 녹여서 먹거나 혀 아래로 액상을 투약한 경우 삼키는 방법으로 투약하는 것보다 흡수율은 9배나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에탄올이 혀 아래 동맥으로 흡수되는 경우 총경동맥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바로 뇌로 전달돼 더 빨리 취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정맥으로 유입된 에탄올은 간대사를 거치지 않아 해독되지 않은 상태로 바로 심장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숙취도 심해질 수 있다.

술을 너무 적은 양을 조금씩 마시거나 구강에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더 빨리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고 해서 술을 단번에 많은 양을 빨리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술은 적당한 도수로 천천히, 적당한 양을 즐기며 마시는 것이 숙취를 덜고 덜 취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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